▲ 신선식
 순천여자중학교 교사
8월 15일, 광복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각종 행사에 ‘광복 70주년 기념~~’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수많은 조상의 피와 땀의 결과인 광복 70주년을 맞는 오늘, 다시 한 번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 맞서 싸웠던 우리 조상이 꿈꾸었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1919년 9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을 발표하였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꿈꾸었던 국가는 민주 공화국, 국민주권, 삼권 분립, 국민의 일체 평등 등이 이루어지는 나라였다.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을 한 지 70년! 아니, 모든 국민의 일체 평등을 선언한 지(‘대한민국의 인민은 일체 평등함’, 1919. 9.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 제4조) 96년이 되는 오늘. 대한민국은 평등한 나라인가? 일제에 목숨을 걸고 싸웠던 조상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만들어졌는가?

광복 70주년 기념일인 2015년 8월 15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87일 째 되는 날이다. 304명의 억울한 생목숨이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 수장된 지 1년 4개월이 되었다. 아직 진상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신도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였다. 아직 9명의 실종자 시신이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진도 팽목항에는 차라리 ‘유가족’이라 불리기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이 텅 빈 바다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유가족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서명을 받고, 걷고, 촛불을 들고, 길거리 노숙을 하고, 단식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어째서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했는지 알고 싶다고 하소연해 왔다.

그러나 진상규명의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난 연말에 만들어진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의 ‘발목잡기’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발표하여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조사를 주도하겠다고 하였다. 대다수 시민이 ‘살인자가 스스로 살인사건을 수사하겠다는 격’이라며 비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이 반토막 났다. 실제로 활동의 폭을 대폭 축소시킨 것이다.

우리는 바다에 침몰 당한 304명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 정부가 진상조사는커녕 진상조사의 발목을 잡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거제의 대우조선 60미터 크레인 위에, 부산시청 앞 전광판 위에, 서울의 국가인권위 앞 전광판 위에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권력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H그룹 총수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해도 3년 째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대우조선의 힘없는 하청노동자는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이유로 자동차까지 경매처분 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00일이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있다. 범죄로 수감된 재벌총수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번 8.15 특사로 사면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세월호 유가족, 고공 농성자들을 비롯한 힘없는 자들의 아픔을 먼저 해결할 때다. 그것이 70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꿈꿨던 나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고,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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