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삼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개인미디어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블로그와 SNS뿐만 아니라 주류미디어 영역으로 간주돼온 방송에서도 개인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독특한 아이템과 쌍방향 소통으로 무장한 개인방송이 국가와 거대자본에 장악된 공중파와 케이블의 공고한 아성을 허물고 약진하는 중이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마이리틀텔레비전’은 개인방송 약진의 상징적인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도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인터넷 개인방송의 전매특허였던 실시간 소통과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다. 시청자가 느낌이나 소감을 후기로 남기는 수준의 참여가 아니라 생방송을 통해 진행자와 시청자가 서로 교감하면서 함께 콘텐츠를 완성해가는 개인방송의 포맷이 이제 공중파 방송으로까지 보폭을 넓힌 것이다. 요즘 대세 방송으로 떠오른 ‘쿡방’ 역시 1인 가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정서적 결핍의 영향으로 아프리카TV에서 인기를 누린 ‘먹방’의 진화된 버전임을 감안하면 개인방송의 약진은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이처럼 개인방송의 소재와 포맷을 주류방송에서 채택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개인방송의 위상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동안 개인 방송은 기껏해야 개인들의 자기표현 및 취미의 일환으로, 또는 같은 취향을 가진 특정부류의 의사소통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다. 방송 소재도 마니아적 요소가 강해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게다가 고급영상에 길들여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감안할 때 조악한 웹캠 한 대로 보여주는 개인방송이 시청자의 눈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점을 가진 개인 방송의 인기가 요즘 들어 심상치 않다. 아프리카TV를 위시해 대표적인 개인미디어 플랫폼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방송 콘텐츠들이 공중파나 케이블방송과는 차별화된 소재와 내용으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며 주류방송의 시청자 층을 잠식하고 있다. BJ(Broadcasting Jockey)라고 불리는 개인방송 진행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해내는 1인 창작자로 격상돼 높은 인기와 고수입을 올리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유능한 BJ를 관리하고, 콘텐츠를 기획․제작․유통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란 사업영역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개인방송의 진화 이면에는 오랫동안 대중에게 콘텐츠 공급을 독점해온 TV의 쇠락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하나의 프로그램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주요 소비계층인 젊은 세대들이 급격하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방송 콘텐츠에서도 인터넷 시대에 부합한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방송 주체와 객체가 실시간 교류를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를 수립했으며, 콘텐츠 제작에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시청자가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생산자의 지위를 얻게 됐다. 개인방송의 진화는 이 같은 미디어 환경 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개인방송의 진화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프로그램의 지나친 선정성과 상업화, 저질 콘텐츠에 대한 제재 및 방송 자격에 대한 심의 기준 미비 등은 빨리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2008년 촛불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대안언론으로 부상한 아프리카TV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현재의 모습에 아쉬움이 크다. 따라서 주류미디어가 외면하는 이슈를 채택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론의 장으로 유도하거나, 사회적 의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대안언론의 역할을 개인미디어에게 기대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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