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순천광장신문 발행인
지금 들녘에서는 벼가 한창 몸을 키우느라 바쁘다. 농민들은 고랑에 들어가 김을 매거나 웃거름 주기에 바쁘고, 비 소식에 맞춰 물꼬를 자주 돌본다. 곧 이삭을 품게 되는 벼는 먹이를 막 삼킨 뱀처럼 몸통이 불룩해질 것이다. 추석 무렵의 햅쌀 수요에 대비해 모내기를 일찍 한 논에서는 벌써 벼 이삭이 팼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벼를 재배한 면적이 처음으로 80만 정보(ha)를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벼 재배면적은 2000년부터 5년 동안 연간 100만 정보 이상을 유지하다가 2005년에 처음으로 100만 정보 밑으로 내려왔다.

이후 최근 10년간 연평균 1만 6000 정보씩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2004년을 기준으로 보면 불과 10년 만에 20% 이상 감소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에 쌀 수입 관세화 결정을 내리면서 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2024년까지 쌀 재배면적을 75만여 정보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소 추세라면 쌀 자급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정부의 목표는 금방 허물어질 것이 뻔해 보인다.

이러한 감소세는 농촌 고령화, 농지 전용, 쌀값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친 것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 농사에 종사할 농업인과 우량농지가 줄고 있는데다 쌀값 하락 등으로 쌀농사를 기피하는 농가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밥쌀용 쌀 3만 톤과 가공용 1만여 톤을 국제 쌀시장에서 구매하겠다고 입찰 공고함으로써 농민 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수입쌀의 판매시기와 판매 물량을 적절히 조절해서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정부가 입찰 공고를 하기 하루 전에야 이 사실을 국회에 기습적으로 통보하는 꼼수를 부렸다.

농업계에서는 벼 재배면적 80만 정보가 무너진 것을 식량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 추세대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식량자급률 감소와 함께 식량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전체 식량 자급률이 25% 이하인 상황에서도 국민의 주식인 쌀은 그동안 유일하게 자급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2014년 현재 95.7%로 떨어져 버렸다.

이렇게 쌀 재배 면적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쌀을 100% 자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식량 위기가 남의 나라의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쌀은 특성상 생산국에서 대부분 소비되기 때문에 교역 비중이 옥수수나 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나마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은 대부분 남아시아인이 먹는 장립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중단립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남짓이다. 이는 쌀 수출국에서 생산량의 미세한 변화에 의해서도 쌀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쌀 가격은 소수의 국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8년에 중립종 쌀 수출국인 호주에서 가뭄으로 수출이 끊기고, 이집트가 쌀 수출을 중단했을 때 미국산 쌀값이 4배로 뛰었던 사례가 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생명줄인 동시에 전통 문화와 국민 전체의 삶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특별한 작물이다. 정부는 쌀 수입으로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벼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것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북 지원, 국민의 식습관 개선, 타작물 재배에 대한 지원 확대 등으로 논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돈을 쥐고도 쌀을 살 수 없을 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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