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에세이』/ 김교빈, 이현구 공저 / 동녘

▲ 심명선
 어린이책시민연대 전 대표
2015년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여야 102명이 공동 발의해 199명 전원일치로 통과시킨 법이다. 교총회장이라는 사람은 “인성 교육을 법제화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고 하고 있지만, 경쟁과 차별의 교육으로 무너진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법제화해서 가르치고 평가하겠다는 발상에 어처구니 없고 낯부끄럽다. 더욱이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2학기부터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교육 시장에는 벌써부터 “인성교육지도사” 양성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학원 홍보용 거리 현수막에는 여름방학을 이용한 단기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걸 보노라니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핵심 가치인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심’의 덕목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교과로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죽은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영역으로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게 할 것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삶에 갇혀 더 이상 생각이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우리의 삶을 다각도로 비쳐보는 속에서 가능하며, 인류가 오랫동안 삶에 대한 열망과 꿈을 축적해놓은 책을 통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일과 상상의 세계가 담겨있는 책 속의 삶을 깊고 느리게 만나면서, 기쁘고 슬픈 감정을 느끼고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갈 수 있다. 나아가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해, 삶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갖게 된다.

 
책, 그리고 앎을 통한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생각의 축적. 철학이란 바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 생각의 바탕이요 체계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문화라고 할 때, 문화의 바탕은 곧 철학이라는 보편적인 사유체계이며, 결국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보편적인 사유체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느냐 따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한 사회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들의 동양철학’이란 이름으로 이 책의 목적을 밝혔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 공간, 이 세상을 좀더 살 만한 곳으로 바꿔 보려는 사람들이 정신을 단련하고, 주변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결국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소양이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할 것임을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인류 역사에서 학문적으로 가장 자유롭고 화려했지만 혼란스러웠을 춘추전국시대의 제자 백가 사상에 대하여, 그 시대적 한계와 그 의미를 부여한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철학, 그것도 동양철학을 신비적으로 해석하거나 시대를 넘어선 보편적 가치를 부여해서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의 스프링 벅이 떼를 지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새로운 풀밭이 나타나도 먹지도 못하고 한꺼번에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하고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이 당연시 되는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철학이 무엇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사람이 사람답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인(仁)이며 그 사람다움의 실천은 충(忠)과 서(恕)의  실천이라고 한 공자로부터 원초적 인간을 중요시 한 노자, 장자 그리고 유가의 파수꾼 맹자, 권력 중심의 유가를 비판하며 약자를 지키는 방패로서의 묵자, 신(하늘)은 물론 자연을 벗어나 인간 의지를 강조하고 인간의 지위와 실천을 극대화시킨 인문 정신의 완성이라고 해도 무방한 순자, 인간을 조직하고 인간을 활용하는 법가, 기존의 틀을 비판하며 상식을 뒤엎었던 명가, 그리고 이기적인 현대인들에게 신비화의 상품이 된 주역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한계를 가지고 사상의 체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을 넘어 현재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현실을 인식하고 그 토대 위에서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문제 삼는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시대와 역사를 통찰하게 하며, 공부하게 하고 정신을 단련시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성교육진흥법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철학이 얼마나 빈약하고 천박한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교육은 경쟁과 차별을 넘어 평화와 공존을 위한 새로운 인식의 토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어떤 사회적 토대를 만들고 있는가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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