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장
지난 7월 13일(월)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 사이에 타결되었다. 이로 인해 그리스는 당장에는 국가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이나 유로존 탈퇴(그렉시티)라는 파국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향후 3년 동안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유로 정상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7월 16일(목) 그리스 의회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삭감, 통계청 독립성 강화, 재정 지출 자동 삭감 등 채권단이 요구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본격적으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시작이 된 셈이다.

그리스 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그리스 재정이 악화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스는 2008년 이후 IMF로부터 2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을 통해 약 3300억 유로(약 387조 8000억 원) 상당의 부채를 지게 되었고, 7월 20일(월) 상환일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스는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의 취약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를 전후한 무리한 공공투자,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한 재정적자 증대, 집권층의 탈세와 부정부패로 인한 재정 감소 등이 재정 상태와 경제상황을 악화시켰다. 더욱이 2001년 EU가입 이후 유로화를 사용하게 된 그리스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도 없었다.

그리스의 금융위기는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단기간 내에 IMF 구제금융을 갚으면서 IMF 관리체제를 벗어났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국산업 구조의 해외 의존성이 크고, 금융시장 개방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근혜정부 들어서 재정적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점은 매우 걱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7월 16일(목)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참여정부 5년 12.6조, 이명박 정부 5년 74.7조, 박근혜정부 3년 동안 115조의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15조라는 재정적자 규모는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액 108조 원을 넘는 큰 액수이다. 2015년 관리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연금을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는 46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액수는 국내 총생산 대비 3.0% 규모로 1997년 외환위기(5.0%), 2009년 금융위기(4.1%) 다음으로 높다. 박근혜정부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보면서 급증하는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서 급변하는 국제경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순천시도 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여 재정자립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2014년도 10월 20일 안정행정부 지방재정공시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시(市)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37.47%이다. 인근 광양은 33.75%, 여수는 33.22%인데, 순천시는 27.18%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의 시 재정자립도 평균보다 10% 포인트 떨어지고,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최하위이다. 순천시는 재정 확충과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순천의 8개 시민단체와 협동조합이 모여 ‘행·의정 모니터 연대’를 구성하여 조충훈 순천시장의 공약사항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활동이 순천시와 순천시의회가 시민과 국가예산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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