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택 논설위원
우리나라 현대사는 어떤 연극보다 더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파란만장했다. 우리는 부침과 영욕을 보았고, 환희와 절망을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근자에 펼쳐지는 정치현실은 별로 유쾌하지 못한 편이다. 암담하고 우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민중의 저력과 꿈을 보았으며, 세상은 조금씩 밝아지고 나아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었던 짙은 어둠 다음에도 기어코 찬란한 새벽이 오고, 죽음처럼 차디찬 겨울바람 속에서도 봄의 연두 빛 새싹과 온기는 어김없이 준비되고 있음을 여러 번 경험했다. 지구는 돌고 있다.

지금 정치무대에서 활보하는 사람들, 방송에 나오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사람들이 마치 희미한 환영 내지 그림자처럼 보이는 것은 왜 그럴까? 정통성 없는 정권이 떡고물처럼 던져준 자리들, 즉 의원, 장관, 공기업 대표, 무슨 장 자리를 덥썩 덥썩 받아먹고, 마치 성공한 사람처럼 행세하는 이들이 과연 제정신이 있는 사람인가 말이다. 이들 상당한 역할 내지 출세를 한 듯한 사람들이 나에게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꼭두각시 또는 로봇으로 보인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뭇 백성들이 고통 받고 있던 때에 총독부로부터 여러 가지 작위와 수훈을 받고 거들먹거리던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가?

밀려난 새누리당 유승민 대표가 한마디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옛 속담에 “새는 죽으려면 그 노래가 슬프고, 사람이 죽으려면 그 말이 선하다”고 했다. 쫓겨 가는 마당에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진실은 단순 소박하다. 그 단순 소박한 것을 보는 것이 안목이고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다. 아무도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인식하고 그렇게 되도록 관심 갖고 연대하고 참여하면서 사는 것이 국민의 의무다. 내 가족, 내 처자식 건사하고 살기도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서는 일이 안 풀린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내 가족의 평안과 행복만 생각해서는 그것도 지킬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정치와 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의 안전도 지키기 어렵다.

내년 4월이면 다시 총선이다. 새민련은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한다. 김상곤 씨가 무언가 작품을 만들어 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결과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다. 정당의 구조와 그 복잡한 역학에 대해 나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다만 이제까지 130석을 가진 막강한 야당으로서 새민련이 보여준 모습은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야당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국민에게 어떤 존재감도 주지 못했다. 정말 당 혁신이라면 먼저 당의 중진이요, 몇선 의원이요 하는 사람들, 그들부터 국민 앞에 사죄하고 모두 물러나야 한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중진이 어디 있고 원로가 무엇인가?
 
친노, 비노, 호남 등 계파가 무엇 하자는 것인가? 정말로 참신하고 유능한 후보가 공천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글쎄다. 그렇다고 이 지역 순천에서 다시 새누리당이 당선되고 활개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딱한 일이다. 기존의 정당을 떠나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양심적인 사람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모색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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