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순천전자고
한국사 교사
지난 5월 20일에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래 6월 1일에는 사망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메르스 공포가 대한민국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6월 16일 현재 154명의 확진자와 5600명이 넘는 격리자, 그리고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해서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 채널에서 이철희 소장은 “5월 20일에 확진 환자가 나왔는데 확진 후 6일 만에 대통령에게 첫 보고가 됐다. 이게 정부인가.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철희 소장은 5월 26일 국무회의를 두고 “대통령은 메르스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안 했다”고 꼬집은 뒤 6월 1일 “대통령은 확진환자가 15명이라 하고, 그 보다 먼저 발표한 보건복지부는 18명이라고 서로 다른 숫자를 말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철희 소장은 또한 “6월 1일은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시점이었다. 이 와중에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날은 3차 감염자가 처음 발생한 날이다. 국민들의 공포가 고조되고 있던 날이었다. 같은 날 최경환 총리대행은 유럽 출장을 갔다”며 “이게 정부냐”고 성토했다.

“이게 정부냐”는 말은 작년에 “이게 나라냐”는 말과 함께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외로운 민심의 성난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때 골든타임을 놓치고 별다른 대처도 하지 못했던 정부가 그 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앞장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뻔뻔하기까지 하다. 이번 메르스사태에 정부는 골든타임을 인식이나 한 것인가?

이런 행태를 보면서 12·12쿠데타를 일으키고 5월 광주항쟁을 피로 진압한 무도하기만 한 전두환 정권이 사회정의를 국정지표로 내세운 것과 같이 참을 수 없는 심정이 되게 한다. 

필자는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의 대처에서 우리 정부가 보인 행태는 민주주의적 질서가 훼손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란 단순히 국민이 주인이라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운용방식에 있어서 민주적 통제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권력이 위임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현실은 권위주의 정권처럼 최고 권력자 한 사람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 자율성도 없고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권력을 더 민주화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그들의 협업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항상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권력에 영혼을 팔고 사는 가짜 전문가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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