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전 세계 철강회사 중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곳이 ‘포스코’라고 한다. 이 경쟁력은 어떻게 갖게 되었는가? 정부의 산업정책, 회사 경영진의 선도적 기획 능력 등도 중요한 요인이었겠지만, 과거 포스코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룩할 수 없는 경쟁력일 것이다. 조금 더 명확히 말해보자면 포스코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무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포스코의 정규직원도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이만큼의 보수를 받으며 근무할 수 없었을 것이며, 포스코 협력업체의 정규직원도 땀범벅이 되는 작업 환경에서 떨어져 에어컨 바람 맞으며 근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포스코 구성원 그 누구도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광양은 말할 것도 없고 순천 시민도 그들이 땀으로 이룩한 성과를 벗어나서 사는 사람은 없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에 EG테크라는 회사가 있다. EG테크주식회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이 경영한다. 그룹 회장의 직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는 모르지만,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후 비약적인 성장으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회사 창립과 성장과정과 동떨어진, 아주 비약적인 성장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포스코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박지만의 경영 수완이나 능력이 회사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 좀 더 큰 효과를 보았다고 믿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이 여기 있다. 고 양우권 EG테크노조 분회장이다. 그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되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대법원까지 가서 해고무효소송에 이겨 복직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달랑 책상 하나와 인터넷도 안 되는 노트북 하나였다. 그는 투명인간처럼 밥도 혼자 먹고 도란도란 얘기할 동료도 없이 CCTV로 감시당하면서 책상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인간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살 수 없다. 외톨이로, 투명인간으로 사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를 회사에서, 사회적으로 모든 관계에서 배제된 그는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때 죽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박지만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자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그가 떠나간 지 6월 10일로 32일 째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상경투쟁단 전체가 6월 9일 삭발하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지난 6월 6일에는 상경투쟁단을 이끌고 항의방문을 이끌던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양동운 지회장이 구속되었다. 그들은 EG테크와 포스코가 진심으로 유가족과 노조와 대화하자고 요구한다. 고 양우권 분회장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거대한 포스코 공장 내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그 커다란 공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사람으로부터 나왔으며, 그 일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알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으로 외톨이로 따돌림 당한 삶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고, 죽은 목숨이나 매 한가지였다고, 이미 죽었었다고 외치고 있다.

그 책임을 곰곰이 냉철하게 따져보자고 외치고 있다. 우리도 책임의 일부를 안고 있다. 상경투쟁단과 지역 내 투쟁대책위에 작은 손길을 보내기 위해 사회연대기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우리의 이웃에게 따뜻한 손을 맞잡아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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