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식
순천여자중학교 교사
5월 30일, 서울 논현동의 이지테크 본사 앞! 검게 그을린 얼굴의 상복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길가에는 ‘박근혜 대통령 동생, 이지테크 박지만 회장은 유족에게 사죄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양동운) 소속 노조원들이 고 양우권 씨의 죽음에 대해 회사의 사죄를 요구하는 투쟁이 진행 중이다. 이지테크와 박지만 회장은 아무런 응답이 없다. 오히려 서울에서의 투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지테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2006년 53명의 조합원으로 금속노조 이지테크 분회가 결성되었다. 그러나 회사의 갖은 협박과 탄압으로 모두 탈퇴하고 고 양우권 씨만 금속노조 이지테크 분회를 지키고 있었다. 양우권 씨는 지난 2011년 이지테크의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다 부당해고를 당했다. 대법원에서도 부당해고 판결이 났다.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이 내려지자 회사는 2014년 5월 산화철 포장업무를 했던 양우권 씨를 원직에 복직시키는 대신 제철소 밖에 있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있게 했다. 감시카메라 두 대가 설치된 텅 빈 사무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도 그에게 작업지시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금지시켰다. 억울함을 호소하려 텅 빈 사무실 사진을 찍자 회사는 2015년 5월 그를 또 다시 징계했다.

2015년 5월 10일,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동료들에게 마지막 글을 남기고 자결하였다.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십시오. 멀리서 하늘에서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화장하여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주십시오.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날아서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 볼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양우권 씨의 죽음은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무노조 정책과 맞닿아 있다. 6년의 세월동안 계속된 노조 죽이기의 결과인 만큼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책임이 크다. 그 어떤 말로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오늘날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발전에는 고 양우권 씨와 같은 노동자들의 피땀이 스며있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또 그를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는 존재이다. 그런 노동자가 3년 만에 어렵에 복직판결을 받았는데, 원직에 복직시키기는커녕 감시카메라가 달린 교도소 ‘독방’과 같은 곳에 가뒀다. 이는 노동탄압 이전에 인권탄압이다. 이지테크의 박지만 회장이 직접 나서서 노동탄압과 인권 탄압에 대해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해야 한다.

포스코와 그 하청업체들의 노동탄압에 대해서 지역에서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지역민에게 지지를 받는 포스코를 만드는 길이다. 지역민의 힘으로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사죄와 재발 방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노사가 상생하는 노동현장을 만들어 제2, 제3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 요즘 매일 저녁 7시가 되면 광양시청 앞 사거리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범시민대책위가 구성되어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차갑고, 높은 차별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지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고 양우권 씨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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