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한 건설회사 사장이 자살하며 남긴 명단은 대통령과 주변의 권력자들을 향한 폭탄이 되었다.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부의 대통령이란 존재감까지 상실될 지경이다. 8명의 표적과 함께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물타기 전략이 먹혀든 것이기도 하지만 권력과 기업의 부패 현상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는 중흥건설 사장을 구속했다. 중흥건설과 순천의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얼마나 드러날까? 한편, 광양제철소의 재무구조와 사업성 악화를 불러온 자원외교와 기업 인수 합병 등의 문제에 더하여 비자금을 주물렀을 임원들이 수십 억 원의 보너스를 챙기는 행태는 범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포스코 출자기업인 순천에코트랜스가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만을 운행하는 스카이큐브 시설을 하고 요금 인상 하는 것을 보아도 강도짓이다. 5000원의 요금을 무려 8000원으로 올리면서 규정도 무시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포스코가 시민 편의를 위한 사업에서도 이익만을 목표하다니. 기업 내부에서 엄청난 도둑질을 하는 것이나 시민을 등치는 것은 다 같이 비밀주의다.

여수산단의 최대 기업인 GS칼텍스가 10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예울마루’를 기부채납 하겠다는 것도, 연간 30억 원에 이르는 경영손실금을 떠넘기려는 횡포다. 사회공헌사업으로 조성한 남해안 최대 규모의 문화시설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다. 포스코가 광양에 300억 원을 들인 커뮤니티센터를 건축한 뒤 광양시에 기부채납으로 떠넘긴 것처럼.

구례 용방면에 조성된 자연드림파크는 사뭇 다르다. 아이쿱(iCOOP)생협에서 식품공장 외에 영화관, 게스트하우스, 북카페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운영한다. 아이쿱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수익금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공헌사업에 쓴다. 자연드림파크는 지난해부터 구례 보건의료원에 2억 원을 지원해 산부인과 진료를 개설토록 하고 영화관을 개관해 산부인과와 영화관 없는 지자체라는 꼬리표를 떼게 했다. 초등학교에는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구례자연과학고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생은 우선 채용한다.

어쨌거나 자살 폭탄 정국은 정경유착의 부패 고리를 끊을 기회다. 아울러 기업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첫째로 기업은 투명한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뇌물로 키운 기업은 뇌물 때문에 망하는 꼴을 숱하게 보지 않았는가. 뇌물 대신 사회공헌으로 명분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

둘째는 부정과 부패를 처리하는 법과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광양보건대와 한려대 설립자 이홍하의 세 차례 교비 횡령 사건을 보면 법조계가 부패 세력을 옹호하는 중심이었다.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이 비리 사슬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엄벌해야 한다.

셋째는 우리들 삶의 방식을 ‘무엇이 되는 것(becoming)’에서 ‘어떻게 사는 것(being)’으로 바꾸는 일이다. 대다수 한국인은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내달린다. 고등학생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생은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후 준비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산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미래의 무엇이 되기 위하여 과도하게 매달리기 보다는 현재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사는 생활혁명이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