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 /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 웅진주니어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찾아 평생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아이가 그것을 찾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소질이 있는지 찾게 해주려고 어려서부터 피아노, 그림, 발레, 바둑, 축구, 수학 등 각종 학원을 보내지만 쉽지 않다.『돼지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어떻게 찾게 되는지 보여준다. 표지를 보면 엄마가 아빠랑 두 아들을 등에 업고 힘겹게 버티고 있고 등에 업힌 사람들은 독자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어떻게 이런 불편한 모습을 그렸지 하고 책장을 펼치니 쉴 틈 없이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하느라 지쳐보이는 엄마와 돼지처럼 먹을 것을 달라고 소리 지르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빠와 두 아들이 나온다. 끝내 엄마는 ‘너희는 돼지야!’ 라고 쓴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간다. 집안은 온통 돼지우리처럼 지저분해지고 아빠와 아들은 짜증을 내며 먹을 것도 잘 챙기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힘을 모아 해결에 가야하는데 그럴 수 있는 힘이 없다. 엄마의 희생 위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삶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돌아온 후에 아빠랑 두 아들은 엄마를 도와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 다림질, 침대정리 등 집안일을 함께 하면서 행복해진다. 엄마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 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거나 엄마가 또 집을 나갈까봐 두려워서 집안일을 함께 하기 시작했을지라도 그러는 중에 아빠와 두 아들은 요리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안일을 분담하면서 식구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 외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좋아하는 일은 자발적으로 하고 싶고,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두 아들은 이제 요리를 하면서 재료나 요리법에 따라 새로운 맛을 발견하기도 하고 음식들을 조금만 다르게 하면 새로운 요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음식점에 가서는 먹는 즐거움 외에 재료나 요리법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식구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늘 갔던 음식점이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 같지만 얼마나 새로운 날이 되겠는가? 세상에 있는 많은 직업은 일상 생활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반복하다보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일은 좀더 전문적으로 직업으로 하고 싶어진다. 온 식구들이 집안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누가 더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일을 함께 하면서 그 과정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거나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설거지할 때 어떤 그릇부터 닦는지 음식물에 따라 어떻게 하면 잘 닦이는지, 그릇들의 쓰임새나 재질에 대해서도 알고, 엄마가 좋아하는 그릇의 모양이나 색깔, 소재 등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자신은 어떤 것에 마음이 가는지 알 수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고 어떤 것은 더 전문적이고 어떤 것은 일반적이기도 하다.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요리를 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음식을 찾아오는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어떤 일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거나 사람보다 돈이나 명예를 위한 일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집안일부터 아이와 함께 하면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가 요구하는 것 말고 아이가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다면 아이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 심명선
 어린이책시민연대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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