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평등, 불의, 승자 독식의 사회 등 곪아버린 불합리를 풀어낼 해법은 없을까? 진보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이때, 사회변화가 가능한가? 에 대한 해답을 녹색당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느리고 깊게 살고 있는 녹색당 전남도당 조태양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 녹색당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이 2012년 3월 14일 녹색당을 창당하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셨다.  그때 강의를 들으면서, “성장을 중단하고, 문명사적 전환을 해야 인류가 더 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 인류는 문명이 있어온 이후 성장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성장은 역사적인 것이다.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 것 같다.

모든 노동자 계급은 너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실업문제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비참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들은 경제성장을 해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 누구도 우리가 성장을 멈추어야 잘 산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지금의 전 지구적 위기는 성장중심 문화가 낳은 결과물이다. 이제 더 이상의 성장은 멈추었다는 것을 직시하고 빈부의 격차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녹색당 창당 후 2012년 총선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성장을 반대한다”는 선전구호를 내걸었다. 더 잘 산다는 것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기한 것이다.
 
▶ 정당은 큰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존재한다. 녹색당은 다른 정당과 달리 지방분권적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의미는 무엇인가?

녹색당 전남도당이 아니고 정확하게 전남녹색당이다. 지방이든 중앙이든 서로 각자 독립되어 연대조직을 가진 정당이다. 조직원 선출방식인 추첨제도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다. 분권적인 것은 녹색당 자체가 가진 성향이다. 녹색당은 표를 얻기 위해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기에 ‘기본소득’이라는 당론을 세웠다. 사회적으로 기본소득의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다. 기본소득이 우리를 어떻게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전남도당 운영위원장은 언제부터 얻은 직함인가?

2012년 3월 창당 그해에 대의원이 됐다. 추첨제가 인연이 된 것이다. 그 전에는 당비 내는 당원이었는데 대의원에 추첨된 덕분에 녹색당 정책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방사능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역에 있는 강진, 장흥 녹색당원들과 교류하면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을 위한 조례를 만들자고 의기투합 했다. 그런데 조직이 없으니 어려움이 많았다. 조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나니 2013년 11월 전남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가 꾸려졌고 또다시 추첨제 혜택으로 전남도당 운영위원장에 선임되었다.
 

▶ 지난 2012년 총선 정당투표에서 0.48%, 10만여 표를 얻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녹색당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당 차원의 교훈 같은 것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녹색당원 대다수는 환경운동이나 생협 활동을 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정치적 문법이 약하다. 녹색당은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정치적인 것을 꺼려한다. 선거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제도나 형식, 국가가 인간을 억압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을 겪으면서 우리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1만 당원 확대 운동을 결의했다. 현재의 6300명 당원이 1만 명으로 확대되면 지지율 3%는 확보할 수 있고 원내진출도 가능해진다. 정치권 안에서 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창당 5개, 창당준비위원회 9개를 준비 중이다. 도당 창당을 위해서는 1000명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 현재 녹색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핵심 사업은 탈핵이다. 우리가 해나가는 탈핵운동은 정치적으로 풀어야하는 문제라고 본다. 2018년 대선에서 탈핵이 주요의제가 되게 하려면 탈핵바람이 일어야 한다. 그래서 10만 탈핵시민운동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대만 제4원자력발전소가 98%나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22만 명의 시민이 모이면서 그것을 멈추게 했다. ‘시민들이 움직이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많이 가입해서 서명해 달라. 이것은 탈핵을 원한다는 의지가 모이는 것이다. 6월로 예정된 신규 원자력발전소 설치 계획을 막는 큰 힘이 될 것이다.
 

▶ 지난 3월 25일 녹색당 운영위원장인 이유진씨 탈핵강의를 준비하고 성황리에 마쳤다고 들었다. 많은 사람이 탈핵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중요하지만 내 문제는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 바꿀 방법이 있나?

경제문제가 다른 모든 문제를 잠식한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하니까 탈핵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언론이 통제당하는 상황에서 핵에너지의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크다고 생각한다. 원자력이 깨끗하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홍보를 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실상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10만 탈핵 시민행동도 이런 문제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탈핵연대에서는 탈핵 강사단을 모집하고 교육한다. 그것이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지역 강사단이 학교나 단체에서 탈핵을 이야기해주는 자력갱생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 순천시에서 홍보하고 있는 아파트 태양광 설치사업은 녹색당에서 제안한 것인가?

순천시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유진 씨가 컨설팅을 했다. 그 하나로 태양광설치, 에너지 자립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순천시 에너지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컨설팅한 부분이 치적사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잘 실행되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할 생각이다.
 

▶ 핵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송하는 밀양송전탑 문제, 수명을 다한 월성핵발전소 등 시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너무 쉽게 결정되고, 집행도 과격하다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 정책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원전 확대정책 때문에 송전탑 문제가 나왔다. 원전 확대정책은 원전마피아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정치를 바꾸어야 폭력적인 의사집행을 막을 수 있다.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중앙집권적인 에너지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자립적인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지역에서 에너지 자립 정책을 수립하면 이 문제는 해결 된다고 본다.
 

▶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앞으로의 삶을 한마디로 설계한다면?

빠르게 고군분투하면서 살았다. 전환은 걷기다. 아프고 힘드니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1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다. 걷다보니 천천히 사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지금도 일자목이지만 살만하다. ‘느리고 깊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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