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영수
순천시 친환경 농업인
연합회 회장
농업인들이 한 해 농사를 준비할 때가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온 농산물 가격의 하락 때문에 농업인들은 어떤 품목의 종자를 준비해서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할지 고민이다.

농업인은 말 그대로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예전엔 농민이라 부르다가 먹거리 생산에 대한 긍지와 사회적 지위를 보다 높게 한다는 의미에서 농업인이라는 전문직업인으로 느껴지는 호칭으로 바뀌었다. 간호원이 간호사로, 청소부가 환경미화원으로 불리는 것과 같다.

농민이든, 농부이건, 농사꾼이든, 말 한마디 바꾸는 일보다 땅을 일구고 지키는 사람들이 진정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취미삼아 도시텃밭에서 고추를 심어 150만 원 정도의 부수입을 얻은 사람을 농업인이라 할 수 있을까? 하기야 요즘 도시농업을 담당하는 부서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추세에 생뚱맞다 할지 모르지만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를 키워 먹는 사람을 농업인이라고 하지 않듯이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해서 모두 농업인은 아니다. 이들은 농산물 생산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규모 농지를 경영하는 사람이나, 어찌해서 만든, 농지원부가 있다고 모두 농업인일까? 법적으로는 모두 농업인이다. 땅은 많은데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농업인이 아니다. 땅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농업인이라면 부재지주인 도시 사람들은 모두 농업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짜 농업인인가? 우리 농업인들이 짊어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최고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이런 글귀가 있다.
신피일루나 상사직녀지로(身被一縷 常思織女之勞) 하고. 일식삼손 매념 농부지고(日食三飡每念農夫之苦) 하라.   

몸에 실마리 하나를 걸칠지라도 항상 베 짜는 직녀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고, 하루 세끼 밥을 먹을 때마다 항상 농부의 힘든 수고로움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고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런 생각을 잊지 않았다면 우리 농업과 농촌이 지금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적으로 농업인은 농업에 종사하는 개인을 말한다. 농지법에서는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농업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농지에 330㎡ 이상의 고정식 온실, 버섯재배사, 비닐하우스 등 농업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 농작물 또는 다년생 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사람 △ 대가축 2두, 중가축 10두, 소가축 100두, 가금류 1000두 또는 꿀벌 10군 이상을 사육하거나 1년 중 120일 이상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농업경영으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 원 이상인 사람이다 .

최근 통계에 의하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업소득은 1/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농사지어 봐야 남는 것도 없고, 늘어나는 것은 빚이다. 그렇다고 평생 해오던 일을 하루아침에 접을 수도 없으니 공사장이나 식당 서빙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농민은 농촌과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도시의 베란다가 농촌이 아니듯이 농촌 곳곳을 다니며 농산물을 수집, 판매하는 사람을 농민이라 하지 않는다. 그들이 농촌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이라는 공간은 농업과 관련된 사회, 문화, 경제가 날줄과 씨줄처럼 하나로 엮어져 있는 곳이다. 농촌은 단순히 생활과 산업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먹을거리를 지키고 이어주는 생명창고이다. 여기에 사는 사람이 농업인이며 묵묵히 돈이 안 되는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진짜 농업인이다. 새봄을 맞으면서 농업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씨를 뿌릴 수 있도록 농업인들을 지켜주자는 다짐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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