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로지나 베굼’에게 쓴 편지

로지나 베굼! 안녕하세요.

전 이웃나라 한국의 친구예요. 당신이 일하던 ‘라나플라자’라는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망자가 1127명에 현장에서 구조된 부상자는 2438명이라는데, 아직 시체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가 많다니 이 사고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가 분명합니다.

처음 3층으로 허가받은 건물을 지역 유지이며 현정부 실세와 연결되어 있는 건물주가 매년 1개 층씩 올려 8층을 만들었다면서요. 워낙 부실하게 지은 건물에, 전기 사정이 열악한 공장에서는 무거운 발전기를 건물 옥상에 다섯 대나 올렸으니 보통 하중이 나가는 발전기는 지하나 1층에 한두 대 설치하는 것이 상식인데 말이죠.

▲ 25살의 방글라데시 여공‘로지나 베굼’(아름다운가게 제공)
건물주는 건물에 생긴 균열을 발견하고도 방관했다지요? 아니 오히려 엔지니어, 지역 경찰서까지 포섭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물품 납기일에 조급한 각 공장의 매니저들은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공장에 억지로 밀어넣고 작업을 시켰다고 알고 있어요. 전기가 나가고 제너레이터가 돌아가는 순간, 순식간에 8층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니 이게 천재가 아니고 인재인 것이 분명한 거죠.

로지나!

아름다운가게가 당신들을 위한 긴급구호를 결정한 것,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처음 일을 시작하면 월 800타카를 받는다면서요? 한국 돈으로는 겨우 1만2천원 정도입니다. 2~3년 일해서 기술이 생기면 겨우 4천~5천 타카를 받구요. 한국 돈 6만~7만원으로 한 가족이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초과근무를 했겠죠?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다시 8시나 10시까지 일해야 한국 돈 10만원 정도를 손에 넣게 된다는 말을 듣고 우리의 과도한 소비행태가  부끄럽기까지 했어요.

▲ 4월24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라나플라자’참사현장 (아름다운가게 제공)
사고피해자 대부분은 18~35세의 여성 노동자로 부상자 대다수가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며, 일부 노동자들은 육체 및 정신장애로 다시는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역시 로지나도 마찬가지이구요.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실종된 노동자 가족에 대한 보상이나 치료비 지원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아름다운가게 전국 130개 매장에 모금함을 설치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희망해와 네이버(naver) 해피빈에 소셜펀딩을 진행하고 있어요.

너무 작은 금액일수도 있지만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통해 조성된 1차 지원금 3만 달러로 100가구의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2차 지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모금을 통해 조성될 2차 기금은 피해자들의 지속가능한 생계와 복구를 위한 프로그램에 쓰일 예정이예요.

아름다운가게에서는 로지나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니 부디 로지나와 로지나의 친구들이 희망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해요. 가족이 다시 웃음을 찾길 바라고 방글라데시의 노동환경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하길 바랍니다. 우리도 역시 구매한 제품의 생산과정이 얼마나 공정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저렴한 제품 뒤에 숨겨진 노동자의 눈물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기를게요. 그리고, ‘더 싸고, 떠 빠르게’ 밀어내기식의 하도급을 조장하는 글로벌 의류들의 제품을 불매운동하는 윤리적 소비에 더욱 힘쓸께요.

그럼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이웃나라 한국 친구가.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피해자를 도우려면 아름다운가게 후원개발팀(02-725-8080)으로 연락하면 됩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910006-09004/(재)아름다운가게 온라인 모금창구-> 다음넷 희망해: hope.agora.media.daum.net / 네이버 해피빈: happybe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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