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삼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53만 3000명 중 82.4%(43만 9000명)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자는 해마다 늘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1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난 50만 명에 육박했다. 성장 동력이 고갈되어 가고, 본격적인 고령화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취업이 힘들다보니 청년들은 3포에서 5포를 넘어 이젠 7포 세대라는 자조 섞인 한탄 속에 인간관계와 꿈마저 포기하고 있다. 50~60대 베이비부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자식 뒷바라지와 불안한 노후 때문에 은퇴 후에도 힘겨운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는 생산인구 감소와 연금자원의 고갈을 예고하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이 일자리에서 미래의 연금문제로 확대되는 이유이다.

저성장과 고령화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은 우리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를 겪었던 선진국, 특히 독일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독일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청년층에 대한 전문적인 직업교육, 연금개혁을 통한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 그리고 노인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세대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독일의 사례가 우리가 현 시점에서 차용할 수 있는 모범답안일지 모르겠다. 물론 독일은 중소기업 중심의 제조업기반이나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직업학교 제도, 중세 길드에서부터 유래된 마이스터 제도 등 근본적으로 우리와의 차이점도 있다. 그러나 이미 조로증을 앓고 있고, 불로초를 찾을 시간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독일의 처방전을 참고하는 것도 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접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상생을 위한 대기업의 변화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처지에서 유럽연합의 맹주로 변신한 독일의 눈부신 성공 뒤엔 정부와 국민, 기업과 노조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고통분담과 상생협력을 통해 이룬 사회적 대타협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날로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조정을 통한 서민증세를 강행하고, 법인세 인상과 부자증세를 외면하는 정부 정책을 감안해볼 때 바닥에 떨어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틈만 나면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협력업체를 고사시키며, 골목상권까지 진출해서 자영업자의 밥그릇을 빼앗는 대기업의 행태 역시 상생을 거론하기엔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독일의 사례가 곧바로 접목되기 힘든 배경이다.

저성장 고령화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정치권에선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호소하더니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건져 올릴 방안으로 주민세와 부가세 인상 등 본격적인 서민증세 수순에 돌입한 것 같다. 사실상 누가? 언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만 남은 듯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상생을 위한 정부와 대기업의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금과 연금 등에 있어 조삼모사식 기만을 개혁이라 우기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내수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수혈되도록 임금과 법인세를 인상하고, 일자리창출과 상생협력을 위해 이제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서민의 고통전담이 아닌, 허울뿐인 고통분담이 아닌, 공평한 고통분담이 전제되어야만 라인강의 기적을 본보기 삼아 새로운 의미의 한강의 기적을 꿈꿔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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