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경기가 침체일로이고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터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절실하다. 

쇼맨십이 강한 정치인들은 대개 인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도 돌이켜보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 한마디로 단숨에 국민을 사로잡았다. 지방의회의 한 기초의원이 내뱉은 발언은 아직도 충격적이다. “선거철에만 고개 숙이고 납작 엎드려야 한다”라며 “4년 동안 주민 위에 군림하는 데 그 정도 수고도 못 하느냐”던 그 의원의 말 속에는 나쁜 정치인의 병폐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밖으로 보여주는 순간적인 언행은 결코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임을 잘 말해준다.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자들을 잘 모른다. 선택의 기준이 오락가락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대중의 습성상 자신도 모르게 한 후보자에게 쏠리는 현상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이도 저도 싫으면 아예 투표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약을 주창한 후보자들이 별 주목을 못 받은 데에는 유권자들의 잣대가 거기에까지 미치지 못한 데 있다. 공약에는 후보자들의 역량과 철학이 담겨있어 결코 무시돼서는 안 된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지라도 최소한 그의 가치관은 엿볼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가치관은 사회에 긍정적인 요소를 심어줄 수 있는 토양일지 아니면 소수의 세력만을 위하거나 진실을 왜곡시킬 대리인 성향을 보이는지를 가늠케 하는 항목이다.순천 출마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색다르고 발굴에 애쓴 것이 있는가 하면 이미 발표된 정책이나 구상을 짜깁기하거나 약간의 편집만 거친 무성의한 것들로 다양하다.

공약은 딱딱하다. 이해도 잘 안된다. 누구의 공약이 나은지 판단도 잘 안 선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공약의 제목만이라도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지역민 모두를 위한 것인지 일부 편의만을 노린 것인지 알아야 한다. 여기에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단지 생색내기용인지 살펴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제주 4·3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동안 많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어떤 후보자를 골라야 지역에, 나라에 보탬이 되는 지를 학습했다. 지연과 학연, 혈연 등에 얽매이거나 단순히 큰 쇼맨십에 현혹되어 밑그림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우리의 2세를 위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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