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를 학교 보내며, 직장생활을 해 온 학부모로서 누구보다 학교 돌봄의 소중함을 느끼는 한 사람입니다. 큰 아이들 때는 없던 초등돌봄교실이 셋째 때 생기면서 방학동안에도 아이 걱정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늘봄학교가 전면 확대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아쉬운 부분도 있어 조심스레 몇 자 적어봅니다.

초등돌봄교실은 학교 규모에 따라 1~4개 교실까지 운영되고 있고, 참여 인원에 따라 1학년만 참여하기도 하고,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 학교일수록 일반학급 교실도 부족한 상황이라서 돌봄교실을 추가 운영할 여유 교실이 없는 형편입니다.

이처럼, 초등돌봄수요는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돌봄수요가 많은 곳은 여건이 부족하고 교실이 여유로운 곳은 학생 수가 줄어들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전면시행한다고 발표되는 정책에 많이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은 보육교사 이상의 자격을 소지한 돌봄전담사가 배치되어 1실당 25명 이내의 학생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관리는 물론 학생 지도, 학부모 상담까지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늘봄 학교로 확대 운영되고 있는 에듀케어교실이나 방과후연계형 돌봄교실은 프로그램 강사가 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원봉사자가 위촉되어 학생들 간식 및 출석 관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소명감을 갖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학부모와 소통도 하며 아이들을 관리해 주고 있지만, 학생들이 다치거나 다툼이 생기거나 했을 때 많이 난감해하십니다.

학부모님께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상황이 복잡해 지고 거침없이 민원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빈 교실에 자원봉사자들과 프로그램 강사들이 와서 수업 진행하고, 간식 챙겨주고, 하교 지도하면 되는데, 왜 그리 교사들은 반대하느냐는 의견이 참 많은데 ....

섬세한 아이들의 감정을 읽고 보살피고, 부모님과 소통하는 역할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학생들의 안전한 관리와 소통을 위해 방과 후에도 계속해서 담임교사들이 투입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학생이 밀집된 학교일수록 교육과정 중에 발생한 사안도 많은 상황에서 방과후까지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안들을 교사들이 처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교사들을 늘봄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지원한다거나 늘봄지원 기간제교사를 한시적으로 투입한다고 언론에서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선생님들의 휴직 등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려고 해도, 초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구하기가 힘든데, 모든 학교에 1명씩 추가 지원하는 게 가능한지, 70세까지 채용요건을 완화한다면 고령의 교사들이 출근해서 수업을 하고 늘봄 행정업무를 과연 할 수 있을지 상당히 염려스럽습니다.

최근 늘봄학교 전면 도입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을 넘어서 모든 아이들을 학교에서 온종일 돌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방학 때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지점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없이 모든 아이들을 방학도 없이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순차적으로 돌봄을 6학년까지 확대한다고 하는데, 3~6학년 학생들은 본인들이 선택한 프로그램이 아니면 거의 참여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저녁 8시까지 돌봄을 한다고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저녁 6시 이전에 대부분의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돌봄교실(전남도청 제공)
돌봄교실(전남도청 제공)

맞벌이 가정에서 어린 아이들을 혼자 둘 수 없으니,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려면 학교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다함께돌봄센터를 설치·운영하여 책임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순천시의 경우 초등학생 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신대, 오천, 용당)에 다함께돌봄센터를 구축해서 모든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고 초등학교 돌봄교실 수요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꼭 필요한 곳에만 다함께 돌봄센터를 구축하거나, 아파트 내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보다 확대·지원하는 방안이 안전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섬세하고 안전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살펴 줄 수 있는 진짜 어른들이 현명하게 이끌어 주었으면 합니다.

필자는 사정상 익명으로 했습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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