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월 홍매
나 종 영
납월 홍매 보러 남녘 금둔사에 갔더니
홍매는 피어 한창인데
늦게 핀 동백이 먼저 져서
물 위에 길을 내고 가더이다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가고
바람 한 줌 봄햇살 한 줄기 남아
그리운 것들을 더 그리워하게 하더이다
어느 봄날 홍매 보러 낙안 금둔사에 갔더니
동백은 피어 떨어지고
슬프고 어린 기러기 한 쌍
먼 하늘길을 날아가더이다
흐르는 것은 흘러 산구름 넘어가고
대숲 바람 봄향기 한 타래 남아
사랑을, 사랑을,
더 깊게 사랑하게 하더이다.
나종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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