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국비 공모사업으로 쌈지숲을 관리하던 순천시가 최근 들어 산림청의 녹색정책과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천의 대표적인 도시 숲인 쌈지숲을 없애고 그 자리를 잔디 구릉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쌈지숲은 2017년 당시 산림청이 주관한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에 선정됐다. 당시 심사에서 쌈지숲은 조례호수 도시숲(16ha)으로 70년 이상 된 소나무숲과 참나무숲을 보존한 친환경 도시숲으로 손꼽혔다.

이어 2018년에는 산림청이 주관하는 ’2018년 도시숲공모에 쌈지숲 주변의 조례호수공원 무장애나눔길과 무궁화동산 조성사업이 선정되었다.

무장애나눔길 조성은 산림청의 녹색 자금에서 지원되는 사업으로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이 생활 주변의 도시 숲을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원활하게 이용할 목적으로 3억 원이 지원되었다.

조례호수공원 쌈지숲의 내부는 산책로와 운동 시설 등이 일부 조성돼 있지만, 경사도가 있고 보행이 불편해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호수공원 둘레의 산책로만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시설 보완이 필요했었다.

당시 순천시 도시건설국장은 현재의 조례호수공원 쌈지숲을 원형대로 보존하면서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숲속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우회 산책로와 데크, 벤치시설 등을 설치하고 아울러 훼손된 산책로 부분에는 수목 보식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두 번에 걸쳐 산림청에 공모사업을 신청하고 사업비를 확보한 것을 보면, 순천시가 쌈지숲을 도시숲으로 조성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었다.

 

광양읍 유당공원 일대 광양역사 폐선 부지를 활용해 미세먼지 차단숲이 있다(제공 광양시)
광양읍 유당공원 일대 광양역사 폐선 부지를 활용해 미세먼지 차단숲이 있다(제공 광양시)

 

한편 지난 8일 산림청은 올해 16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후대응 도시숲’ 117개소와 도시바람길숲19개 도시에 총 294개소의 녹색공간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후위기로 도시숲 조성이 더욱 요구되면서, 녹색공간 확보가 국민의 생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 숲 1ha는 연간 대기오염물질 168kg(미세먼지 46kg)을 흡착·흡수한다. 나무 47그루의 미세먼지 흡수량은 경유차 1대의 미세먼지 발생량과 맞먹는다. 또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가량 낮추고 습도는 9~23% 높여 도시 열섬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는 에어컨 10대의 효과와 갖는다.

더구나 도시숲 가운데 차단숲은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커서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인공적인 구조물을 이용해서 숲을 조성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울산 북구를 관통하는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 거대한 도시숲이 조성됐다. 울산 북구청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 축구장(7140) 19개 크기의 도시 숲인 울산숲(기후대응 도시숲)’ 1·2구간 조성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문화와 여가의 공간으로 동네숲이 생존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생태도시를 내세우는 행정은 귀 기울여 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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