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정 편집국장
강성정 편집국장

지난 14일 두 개의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순천상공회의소에서 노동계·경영자단체·시민단체등이 모인 노사민정협의회였다. 또 하나는 순천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었다.

노관규 시장은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경제여건 악화와 급격한 노동환경의 변화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노사민정이 힘을 합쳐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살기좋은 일류 순천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구축방안 협력과 일하는 자가 존중받는 사회·기업환경 조성 협력등이 담긴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순천시 상생협력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협약도 체결됐다.

순천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순천형 상생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안전일터 조성 아카데미 등을 추진한 점을 인정받아 ‘2023년 지역 노사민정협력 활성화 사업평가’에서 장관상까지 수상했다. 

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대책위는 불통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노관규 시장을 규탄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 10월 17일 순천시민 4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시정 정책토론청구서를 순천시에 보냈다. 순천시 민간위탁관련 조례에 수탁기관의 의무사항으로 고용안정방안, 고용승계의무 등의 조항을 추가하자는 토론회 청구였다.

실제로 순천시 산하시설에 근무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고용승계를 인정할 만한 상황인데도 1년의 기간중 15일에서 30일의 공백을 두고 퇴사와 신규채용의 과정을 반복한 시설이 여섯 군데나 된다. 6개월에서 10개월의 단기 계약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시설도 네 군데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자체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저 시급에다 고용불안까지 겹치니 당연한 수순이다. 매년 신규채용 공고에 미달사태가 이러한 시설들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이 그 단적인 반증이다. 

순천시는 이에대해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공익성,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항으로 판단돼 정책토론 청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공문을 시민대책위에 전달했다. 시는 순천시 고문변호사와 관련 부서 의견을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는 “보다 나은 정책을 제안하며 진행하고자 한 정책토론회 조차 거부한 것은 시가 순천시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 처사다”고 반발했다.

이와함께 여수시 민간위탁 기본조례, 광주 광산구 민간위탁 조례, 충남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권리보호 지원에 관한 조례, 제주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등에 고용승계유지 문구가 수탁기관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사례등이 소개됐다.

노 시장이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말한 것과 시민대책위의 주장을 순천시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분명 대비된다.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보여준 노 시장의 가치관과 의지라면 시민대책위가 제기한 토론회 정도는 충분히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는 점에서 순천시의 토론회 거부는 불가사의까지 하다. 순천시가 시민대책위의 토론 청구에 대해 관계 부서의 공무원이나 소속 고문변호사가 아닌 제 3지대의 판단을 받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리 부인해도 근묵자흑 근주자적의 굴레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자체장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산하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시민대책위의 토론회 청구를 거절했을 것이란 예상은 하기 어렵다.  노 시장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노동정책은 무엇인지 아리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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