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순천시민협력센터에서 그림책웰다잉 강의가 있었다. 단 한번의 강의가 만들어 낸 풍경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런 강의 열어주어 고맙다.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소감과 함께 며칠후 바로 ‘그림책 살롱’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주 그림책으로 이야기 나누는 장을 진행한다.

농촌활성화지원센터에서 농촌활성화를 위해 만든 1회성 강좌는 시민들의 배우고 싶어하는 열망을 받아 ‘그림책웰다잉 지도사’과정으로 이어졌다. 매주 이어진 세달 동안 교육으로 사는 풍경이 달라진 이가 한둘이 아니다.

<농촌마을 그림책 정담회>

그림책웰다잉 지도사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은 바로 농촌 마을에 들어갔다.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눈 후 그림책을 연극으로 펼치기도 하고, 그림책으로 이야기 나눈 후 그림, 노래, 놀이, 만들기, 요리 등으로 더 다양한 즐거움을 만들고 있다. 그림책 정담회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반응이 그림책 활동가들을 더 신나게 했다.

“좋아요. 재미있어서 우리만 보기 아깝네요. 전에는 저런 거 생각이나 해봤어요? 옛날에 숯댕이로 눈사람 눈썹 만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들며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 같으면 마음이 하늘만큼 태산만큼 행복하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또 오면 좋겠구마요. 언제 또 볼거나?”

<그림책 살롱>

지난 7월 한번의 강좌에 참여하고 만든 소모임 그림책 살롱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순천시민협력센터에서 14주째 진행되고 있다. 이 바쁜 시절에 매주 그림책 정담회에 매주 참여하는 이유는 뭘까?

“순천 온 지 8년이 되었는데 이제사 이런 분들을 만났어요. 순천에 이런 분들이 있는지 몰랐어요. 이렇게 살 수 있어서 기뻐요.”

화가인 김순자(73세) 씨는 그림책 덕분에 노후를 의미있게 보내게 되었다며 커다란 종이에 그림책을 그려 농촌활동에 사용하라고 제공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면서.

그림책으로 저마다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나누며 풍성함을 누린다는 것은 참 재미난 일이다.

그림책은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며 가진것만으로도 이미 삶은 풍요롭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180도 달라졌어요>

교육을 수료하자마자 현장에 투입되어 그림책 정담회를 진행할 수 있었던 자신감은 먼저 우리의 삶의 풍경이 달라지는 데서 오는 믿음이다. 그림책 한권으로 감동을 나누는 풍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우리가 먼저 다채롭게 한 것이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임경희 저자의 강의를 듣고 집안의 풍경이 달라진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가족 안에서 평소 일상의 단조로운 일들만 나누다가 그림책을 읽으며 서로 안에 있는 특별함을 발견하는 일은 고마운 기쁨이다. 특히 죽음과 같은 꺼내기 어려운 지점에 대해서도 그림책 속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다양한 측면을 나누며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주는 일이 사는 풍경을 180도 달라지게 한다. 죽음에 대한 직면은 정말로 살고자 하는 인생이 무엇인가 사유하게 한다.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장>

기후위기를 포함하여 격변하는 시대를 살며 우리는 서로 이야기 나눌 장이 필요하다. 지금 몸과 마음이 어떤지? 안부를 물으며 앞으로 살아갈 시대를 함께 이야기 나누어야 할 시대에 그림책은 너무나 수월하게 이야기장을 열어준다.

주부들이 나눈 정담회 그림책 살롱의 경험은 우리에게 있는 것을 나누기만 해도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경험할 수 있다. 농촌마을 그림책 정담회는 낯선 만남임에도 마을 안의 내밀한 이야기가 나오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게 한다.

“마을에 살아서 좋은점?”을 질문하자 처음에는 “전부다 불만이다.”고 말하던 사람도 그 불만 안에는 개선할 아이디어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시골 마을에 귀촌하여 처음으로 마을 모임에 참여한 사람도 “앞으로 생각하면 두려운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사람들과 연결되어 정다운 장이 된다. 동네 사람이 모이는 정담회는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을 수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함께 하는 시너지>

교육을 수료하자마자 농촌활동에 투입되어 신명나게 그림책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참여한 활동가들 조차도 놀라워한다.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읽는 것이니 누구나 쉽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던 사람들이 그림책을 만나 스스로 돌보며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의 장이었다. 소외된 농촌마을에 들어가 그림책 이야기와 노래, 놀이의 장을 펼치고 어르신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오고가는 마음이 만든 뿌듯함이 만드는 신명이었다. 함께 하는 시너지는 놀라운 것이었다. 활동가들은 교육계획안과 결과보고서, 활동 내용을 사진으로 공유하며 서로 자극을 받아 자기 일처럼 서로 돕고 서로의 실력을 높여줄 기회를 만들고 있다. 그림책 활동가 이병임씨는(56세) “그림책 정담회 잘 마치고 공동체놀이로 축하하는 시간을 갖자!” 고 제안하고, 강희숙씨는(55세) 미술작업을 좋아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손나무 그리기와 가방에 그림그리기를 알려준다.”고 한다.

<순천, 세계적인 그림책 도시>

사람들은 생애전환기마다 다양한 시도를 한다.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지혜로운 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지만 삶에 지쳐 쓰러지기도 한다. 그림책은 우리들의 경험을 지혜롭게 이끌 전 세계의 다양한 그림과 이야기가 들어있다.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은 우리에게 따뜻한 영감을 준다. 그림책 도시 순천에서 도서관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풍경에 그림책이 스며들면 어떨까?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죽음」 을 쓴 임경희 작가는 지난 30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학생들의 변화를 경험해왔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그림책으로 나누는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보람찼다고 한다.

"생애전환기마다 상황에 따른 그림책으로 돌본다면 우리사회가 건강해질거라는 확신을 해왔다. 순천은 그림책도서관과 정원이 있고 시민의식이 남다르다. 순천은 세계적인 그림책 도시가 될 수 있다. 시민들 사이에 그림책으로 돌보는 문화가 싹트고 가는 곳마다 그림책 이야기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촌활성화지원센터에서 열린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죽음’ 임경희 저자의 강좌.
농촌활성화지원센터에서 열린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죽음’ 임경희 저자의 강좌.
농촌마을에서 열린 그림책 정담회
농촌마을에서 열린 그림책 정담회
그림책을 읽고 책에 나온 눈사람을 만들며 어르신들은 어린시절로 돌아간거 같아 태산만큼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림책을 읽고 책에 나온 눈사람을 만들며 어르신들은 어린시절로 돌아간거 같아 태산만큼 행복하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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