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정 편집국장
강성정 편집국장

 

최근 jtbc에서 방영되고 있는 ‘힘쎈여자 강남순’이 인기다. 선천적으로 말도 안되는 괴력을 가지고 태어난 강남순과 엄마 황금주가 오롯이 자신들의 재력과 힘으로 신종마약 범죄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줄거리다. 정부가 해야할 일인데도 모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강남순과 황금주가 날린 주먹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악당들의 장면은 적잖은 희열을 가져다준다.

이 드라마는 과거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1981년에 발표된 이 책은 대한민국 소설로서는 최초로 1백만부가 팔렸다. 세 차례나 영화화됐을 뿐아니라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은 당시의 세태를 고발한다는 점과 스스로 사적제재를 가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무려 42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차이가 무색할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이나 그 때나 비슷한 사회 상황인가? 궁금해진다.

‘인간시장’의 1980년대 시대상은 정치, 사회적으로 암울했다는 것을 기성세대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장총찬의 종횡무진, 좌충우돌의 해결사 역할이 독자들의 울분을 터트리며 그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켰다면 ‘힘쎈 강남순’은 어떠한가. 2023년대에 대한 시대적 평가는 엇갈리겠지만 시청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인간시장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오늘날에는  픽션에서 벗어나 사적제재를 실행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14일에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너의 얼굴을 공개한다. 사적제재 정의인가?’를 방영했다.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 유튜버들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다. 고 김초원 초등교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민원인 두 명과 고 이영승교사에게 피해금을 청구하고 수령한 학부모, 부산돌려치기 사건 가해자등의 신상이 털리자 그 후유증은 놀라웠다. 시민들이 응징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 것이다. 신상공개를 한 유투버들은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신상공개의 위법성은 차치하더라도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목된 사람에게 물리적 테러가 자행될 수 있다” “사적제재가 횡행하면 사회혼란이 가중되고 무법상태가 초래된다”등의 지적이 나왔다. 결국 피해자들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위로받는 사법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사적제재의 위험성을 막을 수 있다고 이 방송은 결론을 낸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위정자들의 태도에서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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