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의과대학 유치추진단장 박병희
순천대 의과대학 유치추진단장 박병희

 

순천대학교와 순천 여수 광양 지역사회는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 의과대학과 의대병원을 설립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17개 시도 중 작은 행정도시인 세종시 빼곤 유독 전남에만 의대가 없다. 철도, 도로, 통신망만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인프라인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인프라인데, 전남은 의과대학과 의대병원이 없어서 응급상황에서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못 살리는 경우가 많다.

광주전남대진료권의 문제점

순천, 여수, 광양을 포함한 전남은 광주와 함께 광주전남대진료권에 속해 있다. 여수 화학공단에서 외상환자가 발생하면, 광주에 있는 전남대의대응급실로 보내라는 정책이다. 문제는 골든타임이다. 중증외상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여수화학공단에서 전남대병원까지는 111km, 84분이 걸린다. 우리나라 주요 공단 중 가장 나쁜 환경이다. 울산석유화학공단은 12km거리에 대학병원을 두고 있다. 현재의 광주전남대진료권 제도는 한국경제의 중추산업인 철강과 화학분야 종사자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위험에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병원 설립에 예산이 많이 드는데, 지어놓고 적자 보면 어쩌나 걱정할지 모른다. 인구가 적다면 적자 가능성이 있겠으나, 여수 순천 광양에만 73만명이 살고, 인구 노령화 때문에 환자가 많아서 수익성이 충분하다. 전남의 환자들이 큰 병원을 찾아 다른 지역에서 지출한 의료비가 연 1조 5천억원 정도이다. 1조 5천억원이 우리 지역 내 병원에서 지출된다면, 병원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대 없이 의대병원만 있으면 어떨까? 20여년 전에 조선대병원이 광양에 설치된 적이 있다. 조선대 의과대학은 광주에 있고, 의대병원의 분원이 광양에 있었던 것인데, 오래 지나지 않아 철수하고 말았다. 의대에서 강의하는 임상교수가 직접 진료하지 않는 의대병원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의대병원과 의과대학은 같은 곳에 두어야 한다. 의대없는 의과대학병원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지역소멸 해결책으로의 의대병원

의과대학과 의대병원이 동부권에 들어선다면, 순천 여수 광양으로 구성된 73만명의 도시는 산업, 정주여건, 양질의 의료서비스까지 구비한 이상적인 지역이 된다. 굳이 일자리 찾아서, 큰 병 걸릴 경우를 생각해서 대도시로 이주할 필요가 없다. 중증질환이 걸려도 그 안에서 치료할 수 있는 도시가 있다면, 인구의 유출로 인한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의과대학과 의대병원은 전남의 인구소멸을 지연시키거나 피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인프라이다.

의대병원 유치를 위한 전략

의대병원이나 의과대학은 순천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남 동부권을 위해 필요하다. 지역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산업단지의 산업재해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

 순천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대병원을 유치하려면, 28만 인구의 순천시만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여수 광양 보성 고흥 구례 등을 포함한 최소 80만 인구를 기반으로 해야 의대병원 설립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동부권 시군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의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의대를 달라고, 이 지역에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적극적으로 외쳐야 한다. 순천뿐 아니라 여수나 광양도 나서야 한다. 

이 지역 어디엔가 의대병원 생기면, 결국은 우리도 이용할 수 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함께 나서면, 우리 지역을 보다 건강한 도시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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