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역사, 침묵의 역사로 불리워진 여순10.19는 칠십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암흑같은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다. 모질고 모진 세월의 강을 건너며 여순10.19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던 유가족들은 2021년 하늘을 향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948년으로부터 72년의 세월이 흐른 2021629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으로써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시작되었다.

<학교교육과정 안에서 여순10.19를 배우다>

이제 여순10.19는 반란의 역사가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 역사로 인정 받아야 한다. 특히 교과서에 여수14연대 반란이라는 이름으로 몇 줄 적힌게 전부였던 여순10.19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했다.

2021년 특별법 제정 이후 순천지역 어린이,청소년에게 여순10.19를 학교교육과정안에서 배우게 하자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2022년 순천지역의 초중등교사, 여순10.19 관련 단체, 마을교육활동가가 함께 여순10.19마을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여순10.19교육과정은 [개관수업-여순10.19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유족과의 만남]-[표현하기 활동]-[평화써클 활동을 통한 치유와 회복]으로 구성되었다.

<여순10.19 교육포럼, 광장에서 열리다>

지난 1019일에는 조례호수공원 열린무대에서 여순10.19 교육포럼이 열렸다. 여순10.19마을교육과정을 실행하고 있는 송산초등학교, 순천별량중학교, 순천성동초등학교의 교육 사례가 광장에서 공유되는 감동스런 자리였다.

박병섭(여순10.19 범국민연대) 퇴직 역사교사는 학교에서 대한민국의 가슴아픈 역사를 당당하게 배우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라며, “앞으로도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역이 어린이, 청소년에게 여순10.19를 교육하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순10.19를 학교에서 맥락있는 교육과정으로 연결해서 실행한 사례를 열린 광장에서 발표한 최초의 교육포럼이었다.

이렇게 여순10.19는 동굴 밖으로 나와, 교실 안으로 세상 밖으로 내딛기 시작했다.

1949년 순천시 낙안면 신전마을 주민 22명의 희생을 연극으로 다룬 송산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 1949년 10월 8일 낙안 신전마을에서는 산사람들(빨치산)의 연락병 소년을 치료하고 도와줬다는 이유로 마을주민 22명이 집단 학살되고 마을이 전소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49년 순천시 낙안면 신전마을 주민 22명의 희생을 연극으로 다룬 송산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 1949년 10월 8일 낙안 신전마을에서는 산사람들(빨치산)의 연락병 소년을 치료하고 도와줬다는 이유로 마을주민 22명이 집단 학살되고 마을이 전소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순천별량중학교 여순 10.19전시회,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해 주세요">

순천 별량면에 위치한 송산초등학교와 순천별량중학교는 여순10.19마을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것과 체험한 것을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1031일 순천시 건강문화센터에서 여순10.19 별량 청소년예술제를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전시회 여순, 그리고 오늘에는 순천별량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제작한 시화 및 영상 작품, 그리고 기념품이 전시되었다. 학생들이 10월 한 달 동안 여순 마을교육과정안에서 체험한 것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을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로 표현한 결과물이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 전시되었다.

작품을 만들고 전시 공간을 직접 연출한 학생들이 도슨트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전시장 바깥 공간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기념 팔찌와 엽서 등을 판매하는 공간과 여순 10.19 기억의 숲포토존이 운영되었다.

<여순10.19 유족분들께서 조금이나마 치유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전시회를 찾은 유족 장홍석 씨는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평생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니 마음의 짐이 덜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전시 및 도슨트 활동에 참여한 순천별량중학교 김소윤 학생은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 특히 유족분들을 직접 만나 뵐 수 있어 가슴이 뭉클했어요. 우리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건이 알려지고 기억되었으면 좋겠고, 유족분들께서 조금이나마 치유 받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활동 소감을 밝혔다.

<여순10.19를 교과 융합 교육과정으로 펼치다>

순천별량중학교의 여순 마을교육과정은 여순 10.19 사건을 주제로 한 역사, 국어, 미술, 영어 등의 교과 융합 교육과정이다. 개관 수업, 유족과의 만남, 서클 대화 및 권력 과시 역할극을 진행한 후, 활동 전반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시와 영상, 기념품 등으로 표현하는 수업이 이어진다. 지난 1019일에는 여순 10.19 사건 75주기를 맞아 학생자치회가 주관하는 추모식이 실시되기도 하였다.

박래훈(순천별량중)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지역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의 치유를 위해, 여순10.19 마을교육과정이 더욱 많은 학교로 확대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여순10.19 연극을 준비하며 송산초 학생들은 [1949 합창단]을 만들었다.
여순10.19 연극을 준비하며 송산초 학생들은 [1949 합창단]을 만들었다.

<여순10.19로 잊지 못할 수업을 경험했어요.>

송산초등학교는 여순10.19사건 당시 낙안신전마을의 집단 희생 사건을 연극으로 시연하기 위해 약 2개월간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대본 각색과 무대 제작 등에 참여하며 공연에 심혈을 기울였다.

1949년 순천시 낙안면 신전마을 주민 22명이 집단학살된 희생자의 유족인 강질용(1949년 출생, 당시 1), 장홍석(1947년 출생, 당시 3)씨 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함께 하기도 했다.

올해로 3회째 연극인지라 새롭게 결성된 [1949 합창단]의 노래와 어우러져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연극할 때 별량청소년예술제로 확장되어 너무 좋았다. 연극을 하면서 우리가 함부로 웃거나 떠들면서 할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여순10.19를 주제로 하고 유가족분들도 오니 더 긴장이 되고 압박이 오기도 했다.

처음 수업할 때까지는 못느꼈지만 연극 연습하면서 이렇게 마음 아픈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연극을 보고 사람들이 여순을 기억하고 같이 아파했으면 좋겠다. 유가족분들에게는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송산초등학교 5학년 김민하)

나는 예술제에서 합창에 참여했다. 준비하는 내내 엄청나게 긴장도 되었지만 막상 공연이 끝나니 기분이 좋고 더 잘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우리의 여순10.19 예술제는 끝이 났지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여순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송산초 6학년 오연우)

<학교 교육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교과서에 나온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학교교육과정 안에서 10차시 이상 실행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여순10.19 사건을 무려 2개월간 50차시의 수업시간을 할애해서 여순10.19의 아픔을 다룬 연극을 실행한 이만옥(송산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교육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여순1019 교육과정은 마치 그 한계를 시험하듯 숨가쁘게 달렸다. 송산초, 순천별량중 구성원 모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장난끼 많은 아이들이 그 순간 공연의 성공을 위해 쥐어짜듯 노래 부르는 모습이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김태요(송산초등학교) 교사는 여순10.19 교육과정은 지역과 함께 했기에 실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여순1019 교육과정이 마무리되었다. 지역의 역사를 배웠다는 생각보다 함께 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남는다. 일반적으로 배움은 학교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번 여순 이야기 속의 학교는 지역이었다. 지역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교육과정이 더욱 풍성해지는, 그 곁에서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예술제를 통해 전해진 여운이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2024. 여순10.19 순천 청소년 예술제로 거듭나기를>

예술제를 관람한 여순사건 순천유족회원은 우리 유족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학생들이 시와 연극으로 발표해주니 고맙고 감격스럽다. 70여 년간 여순사건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을 바로 알리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순천별량중학교 장옥란 교장은 학생들과 여러 선생님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애쓴 만큼 많은 분들께 울림을 전한 것 같아 뜻깊었습니다. 특히 같은 지역 송산초등학교와 함께 예술제를 장식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기대와 마찬가지로, 내년부터는 순천 시내의 다른 학교에서도 교육과정에 동참하여 더 많은 학생이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예술제를 더불어 빛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전했다.

여순10.19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지 3년차, 여순10.19를 학교교육과정으로 배우고 그 과정에 느낀 울림을 시, 노래, 영상, 오케스트라, 연극으로 펼쳐내고 있다. 2024년에는 순천지역의 더욱 많은 학교에서 여순10.19마을교육과정을 배우고, 순천 청소년예술제로 더욱 크게 자라나는 바램을 가져본다.

침묵으로 70여년 세월을 살았던 여순10.19는 시대의 아픔을 넘어 평화와 인권의 너른 벌판으로 향하는 우직한 발걸음을 순천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내딛고 있다.

순천별량중학교 학생들과 여순10.19 권종국 유족(가운데 꽃다발을 드신 분)과의 만남을 통해 여순10.19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되었다.
순천별량중학교 학생들과 여순10.19 권종국 유족(가운데 꽃다발을 드신 분)과의 만남을 통해 여순10.19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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