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법학과 최관호 부교수 사진
순천대학교 법학과 최관호 부교수 사진

 

휴일 다음날 순천의 웬만한 병원은 기다려야 한다.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예약은 큰 의미가 없다. 특히나 연휴 다음날은 도시락이라도 싸야 할 판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치료를 받으면 괜찮다. 소아과는 티케팅 전쟁이다. 순천의 가장 큰 병원의 산부인과에서는 출산을 할 수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아과의 경우 방방곡곡이 난리이다.

순천의 가장 큰 종합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암이나 큰 수술의 경우에는 다른 대학 병원으로 바로 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야간에 아이의 고열로 응급실을 찾으면 해열제를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열이 내려가지 않으면 바로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당직의사의 처방이다.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상황에서 근처의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것은 죽음의 통지이다. 그나마 순천시에 살면 병원에라도 갈 수 있다. 순천을 조금만 벗어나면 응급시에 갈 응급실이 없다. 고열의 아이가 다른 도시의 병원으로 가다가 사망할 판이다.

여수산단에서 화상환자가 발생했지만, 치료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없어서 수도권 병원까지 이송해서 사건발생 14시간이 지난 후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신안에서는 한 섬의 응급환자는 육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배가 흔들려 물에 빠져 사망하기도 했다.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인에서 심야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138분 동안 병원 12곳에 연락했지만,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 수도권도 응급실이 꽉 차서, 병원 구하기가 힘들다.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서 고열이 발생한 5세 아동이 119구급차에 실려서 근처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응급실 진료를 받지 못하고 5번째 연락한 응급실에서 겨우 치료를 받았지만 병실이 없어 귀가했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강원이나 경남에 거주하는 시민 10명 중 2명은 90분 내에 큰 종합병원에 갈 수 없다(2019년 기준). 특별시·광역시의 경우에는 30분 내에 응급실에 접근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1%미만이지만, 전남 등은 30% 수준이다. 격차가 너무나 크다.

수도권 대학 병원 교수들이 사직을 하고, 그 빈 자리를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이 너도 나도 채우기 위해서 수도권으로 몰려가면서 지방 의료체계는 공동화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 병원 교수들이 개원을 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사직하는 것은 둘째 치고, 모두가 서울로 올라간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공허한 메아리일뿐이다.

의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증을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이 면허 취소라는 것이 신기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일정 요건이 되면 재교부도 가능하다.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마약범죄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의료진 33명 중 27%가 재교부 받았다. 이렇게 가장 강력한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들이 병원이 아닌 거리로 나온 경우는 꽤 있다. 의약분업, 의대정원 확대, 간호법 개정 때 등등. 의사들은 사회의 최고 엘리트로써 파워를 가지고 있고,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더해져서 대한민국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부족한가 보다. 그들의 성을 견고히 그리고 더욱 높게 하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높아질수록 무너질 위험은 더욱 커지고, 그때 충격은 더욱 크다는 점도 살펴봤으면 좋겠다. 이런 의료기관과 의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이 논의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결정되고, 의사들의 이익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의대 입시, 의대 정원, 서울과 대도시에 집중해 있는 의대와 대학병원,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불균형, 지역 공공의료, 병원의 대형화, 소규모 마을 병원의 소멸 문제, 의료 과실, 의료진의 질 등 모든 것이 소수가 아닌 시민 전체가 논의할 대상이다. 이제는 공론의 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침해받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존엄성과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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