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는 인사를 나눈 후 내가 명랑하게 물었다. 오늘도 학교는 안녕하지? 모르겠어요. 모르다니 무슨 소리야 알아야지...... 모르겠어요. 자꾸 힘이 빠져요 뭔가 하면할수록 머리가 아프고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답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걸으면서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니.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가면서 말이다. 뭐든 잘할거야 자신을 믿어. 모르겠어요...... 누구보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려 하고, 성실함과 세심함으로 동료들을 살피며 궂은일 솔선하던 참 좋은 선생의 기운 쏙 빠진 말이었다. 

학교에 가는 교사의 발걸음이 가벼워야 교육이 살아 숨쉴 희망의 틈이 생겨난다. 학교에 가는 교사의 가슴이 설레야 아이들에게 전해질 교육의 향기가 피어난다. 학교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만나 가슴으로 느낄 때 비로소 숨결이 트이고, 그 자리에 새싹이 나고, 줄기를 뻗어가는 유기적인 생명체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없이 귀하고 귀한 일들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건강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가? 단언컨대 아직도 그러하다. 

한 번도 교육이 문제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교육은 언제나 문제가 많았다. 그러함에도 학교는 쉼 없이 최대한의 건강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마다 우리 앞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성큼성큼 걸어온다. 어깨가 축 처진 아이부터 발걸음 가볍게 들어오는 아이까지. 저마다의 빛깔로 한 명 한 명의 삶이 우리 앞으로 매일매일 걸어온다. 그 무게를 아는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한 호흡 한 호흡이 정성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는 오늘도 안녕할 수 있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학교를 걱정한다. 지난 여름 내내 교육을 걱정하는 마음들이 매우 컸다. 질문해본다. 무엇으로 교육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 교사들이 활기를 되찾게 할 수 있을까? 끝없이 생산되고 있는 각종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까? 서슴없이 교사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교육의 효율을 높이겠다고 도입한 교원성과금제도가 우리 교육에 끼친 해악이 떠오른다. 한편 그 정책의 해악으로 공동체성이 허물어지고 있는 학교를 떠안고도 참다운 교육을 실현하려 애써온 동료들의 곱디 고운 마음이 떠오른다.   그들 덕분에 오늘도 학교는 숨가쁘게 안녕할 것이다. 

교실과 학교는 생각보다도 높은 강도의 협력으로 지탱되는 곳이다. 학교라는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보지 않고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누가 그 맛을 알까? 끊임없이 맵고 짜다가도 어느 순간 찾아와주는 교육다운 교육이 만들어내는 그 달콤한 맛을. 한 번 맛보면 끊을 수가 없는 맛이다. 아이들과 함께 빚어내는 그 아름다운 맛이라니...  그래서 교사들은 고민이 많다. 걸핏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 안에 품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삶이 곧 나의 삶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을수록 고민의 숫자는 늘어만 간다. 그런 교사들을 옭죄는 갖가지 사슬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의미로운 교육활동을 하고 싶어도 결국 교육적 상상력을 잘라야 한다. 최근 들어 교육활동의 과정에서 법적 공방은 밥 먹듯이 일어나는 현실이 되어버려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교사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간다. 후배의 말이 떠오른다.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자주 찾아오는 고민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는 후배의 한숨 섞인 그 소리가 그래도 희망인 거다. 매 순간 학교다운 학교를 고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의 협력의 질이 그 학교의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협력의 토대를 강화할 궁리를 너나없이 할 일이다. 교육의 근원에 굳건히 자리매김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유하고 토론하고 요구해야 한다. 본질을 놓친 채 수립되고 시행되는 교육정책은 학교를 더욱 손쓸 수 없는 지경으로 데리고 왔다. 때마다 학교에 내려오는 각종 땜질 식 처방으로는 이미 멍들대로 멍들어버린 교육이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자꾸 유보시킬 뿐이다. 

열쇠는 정말 어디에 있을까? 정말 궁금하고 궁금하고 궁금하다. 한 가지를 우선해야한다면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길고 깊은 시선으로 따뜻하게 지켜봐줄 일이다. 응원하고 응원하고 마구 응원하면서 말이다. 교사들이 다시 교육을 상상하고, 도전하며 움직이고 싶어하는 그날까지 온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 외의 해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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