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남도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

남도영화제 시즌 1’의 총감독을 맡은 전남영상위원회 박정숙 사무국장을 만났다.’

남도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순천 출신 영화인이라고 들었다.

-월전 중학교 출신이다. 서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오래 활동했다. 순천은 부모님을 뵈려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 다녀가곤 했었다. 이제는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서울에서 은평영화제를 한 8년 했다. 다큐멘터리를 세 편 제작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을 다 은평구에서 만들었다. 은평구에서 아이들 키우고 작품을 만들면서 늘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이 동네 청소년들이 영화감독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영화제를 열어주면 어떻겠냐는 은평구청의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거의 재능 기부로 은평영화제를 열었다. 영화제를 하면서 영화감독들을 불러서 부모와 아이들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동물영화제 감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고향에 왔다가 1년 정도 여기 미디어 센터에서 강의했다. 그때 감독을 제안받았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 

활동 공간이 서울인데 순천으로 내려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그러다 막상 동물영화제를 치러보니 좋았다. 뭉클하고. 당시 동물영화제가 영화제로서 정체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었다. 그런 중에 나에게 이 영화제가 주어졌으니 지역민들과 함께하고 영화제다운 영화제를 하겠다. 뭐 그런 각오를 했죠.

좋은 영화를 골라서 감독들이나 스태프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나는 영화제를 통해 그런 기회를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 그랬다. 그렇게 해서 2015년하고 18년에 동물영화제 총감독을 했죠. 2018년에 정원의 잔디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할 때는 거의 회당 2천 명 정도 관객들이 들어서 정말 보람차더라고요

전남영상위원회에는 동물영화제를 인연으로 참여했는지

-그래요. 전남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에 사무국장으로 온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전남영상위원회는 전라남도 소속 기관이다. 이사장이 도지사고 운영위원장은 최수종 님으로 현재 영상위원회에는 7명의 직원이 있다. 드라마 촬영장 옆에 순천 영상 스튜디오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전남영상위가 도로 이관되면서 전남에도 영화제가 필요하다며 남도영화제가 기획되었다. 

전남영상위원회가 지역의 부가가치를 올리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들이 있다.

-영상위의 주요 업무가 로케이션 및 촬영 지원 사업이다. 최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파칭코’를 저희 드라마 촬영장에서 찍었다. 촬영지로 선정되도록 영화 제작사에 홍보하고, 선정되면 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행정이나 제반 조건을 만드는 게 로케이션 지원 업무다. 지금 파칭코 2, 파칭코 3를 목포에 유치해서 촬영을 마쳤다.

BTS 뮤직비디오를 광양 이순신 대교 밑에서 촬영해서 화제가 되었다.

-BTS 제이홉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방화’ 뮤직비디오를 광양 이순신 대교 밑에서 촬영했다. 한 달간 촬영하고 유튜브에 업로드되자마자 2억만 뷰를 찍었다. ‘더 글로리’도 촬영장소를 유치해서 장흥교도소에서 찍었다. 

촬영지를 유치하는데 코로나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시기에 촬영이 2배가 늘었다. 수도권이 1단계 일 때 여기는 4단계였다. 그래서 영화팀들이 여기를 청정지역이라고 많이 선호하면서 전남이 촬영지로 주목받게 되었다. 

드라마 ‘무빙’이나 ‘마스크’도 영상위가 촬영지를 유치해서 전남에서 촬영을 마쳤다. 특히 영화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의 하나가 제일대학교 승주캠퍼스다. 현재 폐교인데 영화인들이 한번 둘러보면 거의 90% 넘어간다. 내년에 송강호, 변요한의 ‘삼식이 삼촌이’라는 작품도 거기서 5개월간 찍을 예정이다.  강철비 같은 경우는 거의 여기서 50%의 촬영분을 찍었고, 영화 ‘밀수’는 여수의 백동하고 순천의 드라마 촬영장에서 찍었다.

저희는 영화인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서 올리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 영화제작이 시작되면 여기 오는 배우와 스텝들이 한 100명씩 한 달간 머무르면서 수억을 쓰고 간다. 지역 경제에 그게 도움이 크게 되는 거죠. 작년에 ‘서울의 봄’이라는 작품을 광양에서 한 달 찍으면서 럭키 호텔에 한 달간 숙소비만 1억 7천만 원에다 밥값도 1억 원을 쓰고 갔다.

영화 제작이나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 있다는데

-두드림 센터와 영상위에서 연기 캠프나 영화 제작 강좌를 운영한 지 벌써 12년이 되었다. 여기서 만난 친구 중에 감독으로 나선 친구는 이번 남도영화제 지역청소년 섹션에 ‘벌레’라는 작품을 선 보였다.

사실 동물영화제 감독 제안을 받고 고향에 다시 내려오고 싶은데 못 내려왔던 이유 중에 하나가 지역에 영화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었다. 저도 여기 중학교 이후 영화감독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부산 영화제에도 작품을 출품하고 하와이 영화제, 대만 영화제 일본 등 많이 돌아다녔는데 같이 작업할 촬영 감독이나 음향 감독이 갖추진 곳이 서울이라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살았던 점도 있다. 

이제 아이들이 감독으로 데뷔하고 지역에서도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고 싶다. 순천이나 목포에서 관련 사업을 해왔고 영상위의 성과 중에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N개의 영화제’로 남도영화제는 계속된다는 전남영상위원회의 기획이 궁금하다.

-장천동 노랑극장, 광양 도시 문화센터, 섬진강 영화제 같은 지역 영화제를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나주에 김대중 평화영화제도 지원했다. 장기적으로 모터레이터 과정을 만들어서 자기 지역에 작은 영화관이나 영화제를 운영할 수 있는 분들을 교육하고 있다. 올해는 7명이 수료했다.

 7월에 미디어 센터에서 11개의 작은 영화관 담당자들과 정책 개발을 위한 세미나를 했다. 올해 영화제 전에는 로컬 프로그램이나 영화인력 양성에 집중했고,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작은 영화관을 찾아가서 순회 상영을 할 계획이다. 6일간 상영되었던 작품들을 지역의 작은 영화관에서 만나는 영화제 이후 작은 영화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부산 영화제와 강원도 영화제 그리고 DMZ 영화제, 인천에 있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도 10년을 맞고 있다. 대체로 영화제가 초창기에 3년에서 5년은 영상위원회 조직이 운영한다. 안정감이 있어야 하니까. DMZ 영화제 같은 경우는 5년 만에 독립을 시켰고, 인천 영화제는 10년째 영상위원회가 영화제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올해 첫해를 해보고, 이후에 이 영화제가 어떤 조직 운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영상위원회에서 몇 년 정도는 남도 영화제를 밑받침하고, 그 이후에 독립적인 영화제를 구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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