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로 고통을 받는 힘없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1월 7일부터 진행된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폐지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에 참여 하였다. 사정이 있어 1월 8일부터 참여하게 되었다. 행진이 끝난 지금, 안 좋던 무릎이 삐그덕 거린다. 무릎이 안 좋아 어깨에 힘을 주었더니 어깨도 삐그덕 거린다. 벌레처럼 엎드려서 차가운 땅을 쓸며 서울을 기어다녔다. ‘오체투지’다. 몸을 낮추어서 가장 낮은 자세로 시작하여 다시 일어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몸뚱이는 탈이 나고 힘들었지만 보고 배운 것이 많았다.

노동자에게 대한민국은 세월호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고,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을 이유로 탄압받고 해고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새도 아니면서 새처럼 높다란 굴뚝으로 올라가서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차가운 겨울의 칼바람을 맞으며 길거리의 천막 생활을 하고 있다. 쌍용차, 스타케미칼, 기륭전자, 콜트콜텍, 유성기업, 세종호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좋은’ 일자리을 보장해 주는 기업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이윤을 위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정규직에게도, 비정규직에게도 좌초될 위험에 처한 ‘세월호’였다.

▲ 몸을 낮추어 가장 낮은 자세로 다시 일어난다는 의지를 담은 오체투지 행진단이 서울 거리를 지나고 있다.

경찰들은 우리를 개 취급하였다. 을지로 2가에 들어섰을 때의 일이다. 경찰들이 교통 체증을 이유로 합법적으로 신고 된 행진단을 가로 막았다.  횡단보도를 행진하는 행진단은 개처럼 끌려 나갔다. 언 땅바닥에 누워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2시간 이상 ‘고착’시켰다. 이런 일은 을지로 1가에서도, 대한문 앞에서도, 광화문 광장에서도 계속되었다. 특히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경찰들이 행진을 막아 밤을 새워가며 20시간 동안 언 땅에 엎드려 있어야 했다. 경찰들은 얼어가는 행진단의 최소한의 보온을 위한 모포 등의 반입조차 방해하였다. ‘민중의 지팡이’는 어디로 가고 ‘민중을 때려잡는 자본의 마름’만이 남았구나.

▲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경찰들이 행진을 막아 밤을 새워가며 20시간 동안 언 땅에 엎드려 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경찰의 탄압과 국가기관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오히려 힘을 얻어가고 있다. 오체투지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은 하나였다. 오체투지로 땅바닥을 기는 사람도,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도, 경찰의 연행 협박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연행하려는 경찰을 막아서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경찰의 행진 방해로 엎드려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 주었다. 핫팩을 구해오고 굳어가는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추위에 떨면서 나를 위해 팔다리를 주물러 주고 옷을 덮어주었던 이들에게 받은 감동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의 연행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해 준 ‘동지’들이 있어 추운 겨울밤의 칼바람을 이겨 낼 수 있었다. 국회도, 대법원도, 정부도, 경찰도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그러나 고통과 희망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들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길이 없다면 이제 우리 손 맞잡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가자. 함께 땅을 기었던, 그러면서 희망을 다짐했던 ‘동지’들의 얼굴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지난 1월 7일부터 진행된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폐지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에 동참한 참가자들.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나누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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