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정 편집국장
                                                                   강성정 편집국장

한 사안을 두고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의 결말은 종종 엇갈린다. 후자에 인간의 판단이 개입된 탓이다. 법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납득할 만한 해결책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복한 사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사실관계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 지난 20193월 송광면 이읍리 일원에 태양광발전시설 개발행위에 대한 순천시의 허가는 규정 위반이었다.

전라남도 감사관실은 지난해 7월 이 허가가 순천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 제14조 제1항 발전시설 허가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태양광시설이 들어설 부지에서 송광면 이읍리 1296번지까지의 거리가 296m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당시의 지침에는 10호 이상의 인가가 밀집된 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 300m 안에 시설허가를 내줄 수 없는 것으로 명시됐었다. 이격거리 안인데도 발전시설 허가가 내려진 것은 사실관계다.

민원인 박대순 씨(부산 동래)는 당시 개발행위 변경허가처분 취소도 요청했다. 도감사관실은 이에 대해 민원 처리 예외사항으로 보고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 건이 행정소송중이어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서다.

태양광개발업자는 이격거리 합법화를 위해 이 일대의 한 토지를 구입해 분할하는 등 사후보정에 나섰다. 지난해 10월경 변경 허가 취소행정소송도 원고(최우규), 피고(순천시장) 쌍방의 동의로 취하돼 허가불가의 사실관계가 허가가능한 법률관계로 바뀌었다. 결국 준공검사까지 마친 태양광발전시설은 현재 가동중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순천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불법허가를 내준 것은 명백한 행정의 실수다. 개발행위 허가를 내리기 전에 꼼꼼히 따지지 못해 생긴 후유증을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덮기에는 개운치 않다. 처음 민원을 제기한 박 씨가 아직도  승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한승헌 변호사가 저술한 법치주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에서 마땅히 선행되어야 할 치자(治者) 준법의 일탈은 제쳐놓고 피치자의 준법만 강요되는 전도현상이 드러났다며 꼬집은 문구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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