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실천교육교사모임 김현선님

교직에 몸담은 지난 10년이란 기간 동안, 아이들한테 말과 몸으로 맞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수업방해는 말로 할 것도 없었다. 그 또한 다 내 부덕의 소치라 여기며 열심히 공부했다. 인문학, 아동학, 청소년학, 특수교육학, 뇌과학, 심리학, 상담학, 정신의학, 영장류학 등등. 왜 이렇게까지 하지, 싶을 정도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선생님들이 자기 연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급긍정훈육법, 비폭력대화, 회복적 생활교육, 교실놀이, 교실연극, 온작품 읽기, 프로젝트 학습 등 연수 이수 실적은 물론 비용 지원도 없는 연수에 수많은 선생님들이 모여 하나라도 더 배워 아이들에게 주고자 했다. 아이들로 인해 아프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교사가 노력하고 공부하면,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프지만 교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라 믿었다. 실제로 교사가 정성을 쏟은 만큼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픔조차 잊히는 듯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동복지법을 보복성으로 악용하는 학부모들이 등장하며 교사들의 정성과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병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몇몇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제재 수단이 부족해 시름시름 앓던 교실이 하나둘 망가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2019)에 의하면, 영장류를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게는 갈등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 돌고래, 까마귀, 늑대, 코끼리, 침팬지 등 많은 동물들이 갈등 상황 후에는 반드시 털 고르기, 코 맞대기, 포옹 등의 방법으로 갈등을 조정한다고 한다. 갈등 후에는 화해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는 어떤가. 아동학대법을 등에 업은 몇몇 학부모, 그로 인해 지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학생들에 의해 학교는 화해의 장이 아닌 결투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아동기분상해죄’, ‘학부모기분상해죄라도 있는 제 아이가 기분이 나쁘면, 갈등 상황에서 불리해지면, 교사가 마음에 안들면, 교사를 아동학대 범죄자로 몰아간다. 운이 나빠 거기에 걸린 교사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동안 각종 위원회와 소송에 끌려다니며 존엄을 짓밟힌다. 결국 그 반 아이들은 담임을 잃은 채, 많게는 4번의 담임 교체를 겪으며 학급이라는 공동체 붕괴 과정을 경험하는 교육 난민이 된다. 아이들을 살리고자 만든 아동복지법이,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사들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법률만 봐도 한국과의 차이는 극명하다. 우리나라가 아동학대 가해자의 범위를 보호자를 포함한 누구든지로 광범위하게 설정한 것에 비해, 일본의 아동학대방지법은 친권자, 후견인 등 실제로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친권자와 후견인의 아동학대를 방지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2021년 기준 아동학대 판정 사례의 약 99.95%가 학교 밖에서, 주로 가정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또한, 우리나라 법률이 정서학대의 범위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광범위하게 규정한 것에 비해, 일본은 생명이나 신체에 위태로운 해를 줄 정도의 언동, 그리고 심리적 외상이 입증된 언동등으로 그 범위를 좁게 설정하고 있다. , 정말 심각할 경우에만 아동학대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당신이 나입니다, 우리가 당신입니다라고. 방송에서 서이초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꾸며놓은 <마음해결소>를 보았다. 선생님이 공부하려고 뽑아 놓은 생활지도 관련 프린트물도 보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썼을 학부모에게 보내는 손편지도 보았다. 학생들을 사랑해 본 적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그 방송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상처가,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마음이. 빛이 아닌 어둠으로, ()로 가던 그 끔찍한 순간을. 서이초 선생님이 겪었을 그 마음의 공허감과 무력감을 추체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육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은 교사들이 더이상 학교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숨을 쉴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모든 교사가 염원한다. 더 이상 누군가가 죽지 않기를. 진심이었던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타살이 더이상 재현되지 않기를. 교육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회복돼 누구도 다치지 않고 학교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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