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10·19연구소(소장 최관호 교수)는 2018년 설립 이후 꾸준히 유족증언 구술채록 조사용역사업을 펼쳐 왔다. 특히 초대 소장인 최현주 교수는 국가 폭력의 피해자였던 유족들의 억눌린 기억을 복원하기 위한 구술 채록을 사업의 전면에 배치했다.

필자는 연구원들과 뜻을 같이하면서 10·19사건 속 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번 발표에서는 모성성에 주목하였다. 이 발표문의 대상은 10·19연구소에서 2019년부터 해마다 발간하고 있는 증언집(『나 죄 없응께 괜찮을 거네』를 비롯 총 5권이며 최근 여섯 번째 증언집 『나는 아버지 얼굴을 몰라요』가 발간되었다)에 실린 74건의 사례이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아버지인 경우가 가장 많고 이들 희생자는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배우자인 젊은 처가 어린 자식을 키우며 살림을 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술자들 다수가 그 가족 중 자녀이며 남성 구술자가 주를 이루고 여성 구술자는 22명에 불과하다. 남성 구술자들은 한 집안의 승계자로서 가부장적 시각에서 어머니와 누나 혹은 누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들은 어머니가 개가하지 않았을 경우 훌륭한 어머니로 높이 치하하고, 누나/누이들의 경우 어머니의 조력자로서 가족을 돌보는 것에 대해 연민과 함께 어머니와 마찬가지의 치하를 보인다.

필자는 여성 구술자 가운데서 먼저 10·19사건 발생 당시 사건을 직접 체험한 어머니들을 1세대로, 다음으로 그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어머니 아래서 성장한 딸들과 1세대 시어머니를 봉양했던 며느리들을 2세대로 구분하여 그녀들의 모성성을 살펴보았다.

1세대 어머니의 삶과 모성성

구술 채록을 하다보면 여성은 자신의 생을 자식에게 거는 절박한 모성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데 자식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머니도 있다. 대부분 이 전자와 같은 경우에 해당되고 후자는 드물게 듣게 되는 사례이다. 전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기희생적이고 억척스러운 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술자들의 구술을 통해 그들이 지닌 모성성에서 가부장제의 흔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들은 어머니 노릇을 이야기하면서 개가하지 않고, 아이들과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을 위한 일에 온 생을 바쳤으면서도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거나 출세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의식에 휩싸여 있었다.

2세대 며느리/딸의 삶과 모성성

10·19사건으로인해 남편을 잃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지만 딸/ 며느리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연약하고 트라우마 증상에 노출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딸/며느리들은 구술에서 여성으로서 어머니/시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여성이라는 연대감을 가지 고 그 연장선상에서 포용한다. 또한 이에서 한정시키지 않고 나아가 깊은 연민을 갖고 인간적 차원에서 대하고 있었다.

10·19사건과 모성성

10·19사건 속에서의 모성성은 10·19사건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대상자라는 점에서 그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부당하게 희생당한 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 억울함을 가슴에 꽁꽁 숨긴 채, 그를 대신하여 한 가정을 이끄는 실질적 책임자가 된다. 그들은 생존의 문제로 고투하는 가운데 모성성이 발휘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역사의 상처를 극복‧치유‧화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10·19사건 속에서 모성성을 살펴 보는 것은 10·19라는 역사적 사건 안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으로 인해 모성성에 억압받은 여성들을 구해내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 도처에 놓여 있는 각각의 어머니들이 지닌 모성성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정미경 소설가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부마항쟁문학상수상
정미경 소설가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부마항쟁문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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