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추적 비는 내리지만 세상이 밝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의 웃음 소리때문일 것이다. 흐린 토요일 아무도 집 밖을 나서지 않을 것만 같은 축축한 휴일이지만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책을 보러 온 아이들로 가득했다.

강당에 들어서자 어린이 사서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앞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책을 읽어 봤더란다. 옛날 놀이라고 지루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서로 자신이 술래를 하겠다고 손을 번쩍번쩍 들며 열정을 표현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 사서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 사서들

곳곳에 어수선한 즐거움이 드러난다. 무궁화가 아닌 다른 꽃 이름도 툭툭 튀어 나오면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빛을 발휘했다. 그 중에 할머니꽃이 단연 압권이었다. 술래가 할머니 꽃이 피었습니다하고 뒤를 돌자 학생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할머니 모습을 연기하며 놀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들의 실감나는 묘사는 책을 읽으면서 펼쳤던 상상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린이 사서들은 기적의도서관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자신감과 꿈을 키우고 있었다. 어린이 사서프로그램인 미니책 제작이나 팝업북 만들기,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행사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은 2주마다 진행하는데 프로그램이 없어도 아이들은 도서관에 찾아와 사람들이 반납한 책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 활동하고 있는 27기 어린이 사서. 왼쪽부터 문수빈(3학년), 강채린(5학년), 이효림(5학년), 정소연(5학년)
올해 활동하고 있는 27기 어린이 사서. 왼쪽부터 문수빈(3학년), 강채린(5학년), 이효림(5학년), 정소연(5학년)

기적의 도서관을 언제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모아 말하는 어린이 사서들은 프로그램 내내 필자를 포함한 도서관 전체에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었다. 앞으로 지역사회에 큰 영감과 활력을 줄 어린이 사서들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과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지원하는 기적의 도서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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