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어싱길이 인기다. 국제정원 박람회 개장이후 2만여명이 다녀갔다한다.

이 길은 탁트인 시야가 압권이다. 소설가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물안개)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표현할 만하다. 국내 유명한 산책길 대부분이 우거진 숲속에 자리해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면 이 길은 신선하다. 드넓은 갯벌을 끼고 걸을 수 있는 길은 국내에서도 흔치 않다. 더구나 순천만 갯벌 위를 꼼지락거리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눈에 띄든 안띄든 걸음걸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연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 가족이 함께 걷기에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갯벌에 대한 많은 이야기거리는 어린 자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마지막 장소란 점을 상기시키면 어른들에게도 생태계의 중요성이 각인될 것이다.

맨 발로 걸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뚝방길에는 마사토와 황토가 깔려있다. 맨발걷기에 알맞은 환경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인상이다. 일상에 찌든 피로를 풀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신발을 벗어젓히고 땅을 맨 발로 느끼는 기분은 야릇하다. 맨 발로 걷는 것에 중독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진정한 어싱이다. 옛 어른들이 장수하려면 땅을 밟고 살아야한다고 되뇌던 말들이 겹쳐진다.

이른아침에 피어나는 순천만의 짙은 물안개는 몽환적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무진은 가상의 지명이지만 순천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 소설이 1964년에 발표된 점으로 미루어 아주 오래전부터 어싱길의 안개가 이름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시사철 분위기가 바뀌는 게 이 길이 가지는 최대 강점이다. 봄에는 벚꽃으로 장식하고 가을에는 갈대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겨울에는 흑두루미가 유혹한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마련된 조류관찰대에서 이들을 지켜볼 수 있다. 요새는 알 수 없는 새떼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평생 자식들 먹이고 가르치느라 억눌려 살던 어머니가 죽으면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게 화장해달라는 말이 떠오른가 하면 신기하다며 탄성을 지르던 옛 친구의 얼굴이 아스라이 그려지기도 할 것이다. 어싱길은 이렇듯 잊고 살았던 추억들을 불현 듯 끄집어낸다. 반면 주변에 심취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게 하는 재주도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길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싱길은 길이가 4.5km다. 순천만습지 주차장에서 별량면 장산마을까지 3코스다. 각각 람사르길, 세계유산길, 갯골길로 불리운다. 이예솔주무관은 람사르길의 경우 어린 자녀와 함께 가족이 걷는 것을 추천한다. 10월까지 도둑게등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유산길은 어싱 초보자에게 좋다. 동천 하구의 람사르습지와 순천만갯벌사이로 난 이 길은 가볍게 걸으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케하는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갈대밭 풍경이 아름답다는 부연도 있었다. 갯골길은 전문가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돌아보는 데 두, 세시간 걸린다고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부담없이 갈 수 있어 좋다. 8백km나 되고 한 달 넘게 하루종일 걸어야하는 산티아노 순례길은 큰 맘 먹어도 못가는 경우가 많아 끝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로 남는데 말이다.

순천만 어싱길 모습.
순천만 어싱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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