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충혼탑 양식의 강진원 의병장 순의비
일본 충혼탑 양식의 강진원 의병장 순의비

20219월 전남도의회에서 전라남도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 및 연구활동 지원 조례를 제정해 현재 해방 후 처음으로 도내 식민잔재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다. 1차 조사 결과 순천에서 12개의 식민잔재를 확인했는데 일본 전몰 군인을 추모하는 충혼탑 양식의 비석이 다수이고 일제양식의 석물, 친일인사 기념비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 중 몇 개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식민잔재를 조사하면서 가장 흔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례는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추모비가 일제 충혼탑 양식일 경우이다. 향림사 앞 공원에 세워진 강진원 의병장 순의비가 그렇다. 순천 출신의 강진원 의병장은 일제 침탈에 맞서 의병을 조직해 조계산을 근거지로 혁혁한 의병투쟁을 전개하였다가 종래는 체포되어 옥중에서 자결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러한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추모비가 일본 전사 군인을 추모하는 양식이라니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사찰이나 민가 정원에 일본양식의 석물이 흔하다. 그 중 하나가 꾸밈이 많은 춘일 양식의 석등이다. 우리나라는 석등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독자적이고 고유한 석등을 풍부하게 발전시켜 왔는데 1970년대 일본에 수출하던 춘일 석등이 오일 파동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 천 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이 계승의 미를 멈추고 일본풍에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일파를 기리는 기념비이다. 송광면 우산리 내우산마을 입구에는 백선엽 송덕비가 있다. 백선엽은 일본군에 자발적으로 입대해 독립운동가를 학살한 간도특설대에서 활약한 민족반역자이다. 독립 후에도 승승장구했는데 노년에 발간한 회고록엔 조선 독립을 위해 내가 싸운다고 독립이 빨리 되지 않았고, 오히려 조선인을 토벌하는 일이 조선을 안정시킨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반성은커녕 자기정당화에 급급한 인물이었다.

위의 사례 외에도 생활양식, 지명, 조경, 행정용어 등 곳곳에 유무형의 식민잔재가 남아있다. 식민잔재 청산 활동이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훼손하며 과거의 일로 사회 갈등을 부추킨다는 일부 가소로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보다 미래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식민잔재 청산은 우리나라에선 역사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며 왜곡된 국가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과제이다. 한일관계에서도 과거사를 직시하여 반성하고 화해해야 상호존중의 바탕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식민잔재 활용 방안을 마련해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반복하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설득과 대책 없이 후쿠시마 핵폐기물 방류를 시도하는 일본 정부나 이를 묵인 동조하는 한국 정부를 다시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임승관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부장
임승관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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