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일어나 모내기를 하다가 점심 먹으러 집에 가는 것조차 귀찮을 때가 있다. 노구를 이끌기에는 더욱 그렇다. 같이 일하는 식구나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한 끼정도는 그냥 넘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나 오후에도 일을 할 요량으로 허기진 배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일하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지난 2014년에 마을공동급식이 이뤄지자 농촌의 주민들은 한결 일하기가 수월해졌다. 해룡면 선학마을도 마찬가지다. 일하다가 차려진 밥과 반찬을 와서 먹기만 하니 낮잠까지 챙길 수 있다. 이 마을의 공동급식은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됐다. 36호의 작은 선학주민들은 올해로 두 번 째 공동급식을 하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와 콩, 들깨 농사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모내기가 끝자락이어서 순천지역 1백65개 마을의 상반기 공동급식은 대부분 마친 상태지만 선학마을은 다음 주까지 급식을 한다.

이 마을 양동승이장은 “진작부터 마을공동급식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 주민들이 너무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양이장은 “우리 마을에도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니 공동급식을 하기 전에는 차분하게 점심을 차려먹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음식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박주영씨는 “토, 일요일은 제외하고 매일 생선 반찬을 해드리고 있다. 제육볶음은 일주일에 한 번정도 상에 올리고 나물종류들은 거의 집에서 키운 것을 캐서 조리한다. 양념도 집에 있는 것을 가져온다”라고 말한다. 매일 스무명 정도의 주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고 소개한 박씨는 “아랫마을 무룡마을 주민들도 이 곳에 와서 식사를 한다”고 말한다. 무룡마을은 11호수의 주민들이 산다.

식사시간에 맞춰 수박이나 먹을 것을 사들고 온 할머니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매일 주민잔치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박씨는 웃는다.

마을공동급식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점차 소멸해가는 농촌의 현실에서 이같은 공동체 행사는 앞으로 농촌을 지키는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는 선학마을 주민들의 얼굴에서 읽힌다. 양이장은 “이웃간 정을 돈독히 하는 마을 공동체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공동급식이 더 늘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학마을 주민 20여명은 매일 공동급식으로 행복해하고 있다.
선학마을 주민 20여명은 매일 공동급식으로 행복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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