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성년식 행사 탐방기

향교 정문을 넘어서니 경쾌한 북소리와 꽹과리소리가 흥을 돋았다. 전통 성년식이라 차분한 옛 가락이 흐를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 행사장 마당에는 참가자들이 갖춰입은 고운 한복과 오월의 밝은 햇살이 어울려 눈부셨다. 올해로 성년이 된 순천대 패션디자인과 학생 20명은 이제 겨우 만 19세인데도 무척이나 어른스럽게 보였다. 남학생 9명의 머리에는 관이 씌워져 있고 여학생 11명은 머리를 올려 비녀를 꽂아서인가. 아님 성년식이란 무게감때문인가.

16일 순천향교에서는 전통 성년식이 열렸다. 정병조 전교는 “사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성년례가 있었다. 고려 광종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라고 소개했다. 이 날 성년식에서 남자에게는 관례가, 여성에게는 계례가 행해졌다. 쉽게 말하자면 성인이 된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땋았던 머리를 풀고 쪽을 찌는 의식이 치러진 것이다. 정 전교는 “더욱 성숙하고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면서 전통 성년례를 치른다”고 말했다. 성년례는 혼례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게 우리네 풍습이란다. 미혼이더라도 의식을 마치면 완전한 성인으로 대우를 받는다고도 한다.

성년식이 정식으로 진행되기 전 행사로 아라리청청 예술단이 성주풀이, 아리랑등을 불러 참가자들의 성년을 축하해줬다. 조다순 한국판소리문화재단 회장은 “이번이 두 번째 성년식 공연인데 다른 공연보다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식은 초가, 재가, 삼가, 초례로 이어지는데 한결같이 금과옥조같은 축사가 깃들인다. 초가례에서는 “성인으로서 덕성을 갖춰야한다.”, 재가례에서는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항상 바른마음으로 몸가짐을 신중히 하고 효를 실천하며 건강한 사회를 가꾸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축사로 운을 뗀다. 초례에서는 “술은 향기롭지만 실수의 원인이 되고 지나치면 건강에 해롭다.”는 충고가 이채로웠다.

현대의 성인의 날 행사에서는 장미와 향수가 선물로 등장하고 연인의 키스가 행해지지만 전통 성년식도 의미있게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은 이같은 선조들의 지혜가 자리잡고 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16일 순천향교에서는 전통 성년식이 치러졌다.
16일 순천향교에서는 전통 성년식이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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