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주기 행사 참여기

지난 16일 순천지역 시민단체가 연대한 시민행동 주최 세월호 참사 9주기 행사가 열렸다. 오후 4시, 국민은행 사거리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풍덕중학교, 별량중학교, 고교 YMCA 등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시민 100여 명이 모였다. ‘기억걷기’ 사회를 맡은 임승관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부장은 “지금 내리는 비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하늘에서 흘리는 감사의 눈물”이라고 말하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를 다짐하고 연대하는 자리”라고 차분히 강조했다.

'기억걷기'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연향동 국민은행에서 출발해 조례동 수산시장 사거리, 홈플러스를 지나 조례호수공원까지 진행됐다. ‘기억문화제’는 갑작스러운 비바람으로 취소됐으나, 행진이 시작되고 10여 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기억걷기'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연향동 국민은행에서 출발해 조례동 수산시장 사거리, 홈플러스를 지나 조례호수공원까지 진행됐다. ‘기억문화제’는 갑작스러운 비바람으로 취소됐으나, 행진이 시작되고 10여 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일동은 4시 16분에 맞춰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이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수산시장 사거리, 홈플러스를 지나 조례호수공원까지 ‘기억걷기’가 진행됐다. 5시 30분에 호수공원에서 예정됐던 ‘기억문화제’는 갑작스러운 비바람으로 취소됐으나, 막상 행진이 시작되고 10여 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걷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은 참사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어서 잘 몰랐지만, 9년 동안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해 꾸준히 배워왔으며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몹시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당시 고1이었던 한 대학생은 “1교시 쉬는 시간 세월호 보도를 봤다” “기도했다” “남 일 같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외국 출장 중에 참사 소식을 접했다는 삼십 대의 한 활동가는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충격이 몹시 컸고 불안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은 소감으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에 분노했다”라고 씩씩하게 발표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함께한 시위가 재밌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천광장신문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은 소감으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에 분노했다”라고 씩씩하게 발표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함께한 시위가 재밌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천광장신문

취소된 문화제에서 노래하기로 했던 밴드 등걸의 박성훈 순천대 교수는 “생명보다 이윤을 좇는 사회에서 이런 참사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곳곳의 수많은 죽음이 세월호 참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해, 세월호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우리를 반성하기 위해” 노래한다고 밝혔다.

우리집 아이는 어젯밤 저녁을 먹는데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니 “허무하다”라는 하더라. 이유를 물은즉 수학여행 간다고 설렜을 텐데 참사를 당해서라고 했다.

걷기 전부터 걷는 내내 앞장서서 구호를 목청껏 외친 친구들은 풍덕중학교 학생들이었다. 친구들은 소감으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에 분노했다”라고 씩씩하게 발표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함께한 시위가 재밌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보성 군민은 “세월호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라고 하는 한편 한 순천 시민의 “일반 시민들 참여가 거의 없어서 아쉽다”라는 후기도 있었다.

[기자의 말] 행사 시작 전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날이 컴컴해지더니 땅이 축축해졌다. 바람이 거셌다. 고 신영복 교수의 ‘함께 맞는 비(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를 되새기며 발걸음을 뗐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을 ‘기억’한다. 모두의 기억이 오늘의 우리처럼 안전하게 걸어 나가기를 빈다. 비 온 뒤 더욱 단단해진 마음을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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