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문 순천낙안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 인터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마지못해 하는 거지. 날이 좀 풀렸으면 좋겠구만.”

배성문 순천낙안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이 재배 시설하우스에서는 보통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5월 초까지 난방한다. 올겨울은 지난겨울보다 기온이 낮고 기름값 또한 크게 올라 급증한 난방비에 배 대표의 시름이 깊다.

“작년에 90드럼(1드럼=200리터) 정도 땠는데 올해는 추워서 이미 100드럼 넘게 땠거든. 앞으로도 한 20드럼은 더 때야 하는데···.”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 전남지역 농업용 면세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약 920원이었다. 이듬해 봄에 1,200원을 넘어 가을에는 1,400원까지 올랐다. 다행히 지금은(27일 기준) 1,130원 정도로 떨어졌다.

오이 생산량은 작년보다 20%가량 줄었다. 배 대표는 그 원인으로 기온이 낮았던 데다가 “덥다가 갑자기 팍 추위가 찾아”오는 등 온도 변화가 심했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다행히 올해 오이 가격은 나쁘지 않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15일 기준 취청오이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39%, 평년보다 57% 올랐다.

하지만 생산비가 워낙 많이 오른 탓에 “농업 ‘경영’이 아니라 날품팔이, 일용직보다도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라고 말하는 배 대표의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하다. 배 대표는 올해 생산비가 지난해 대비 60% 가까이 늘었다고 추산했다.

그는 또한 “방송은 심심하면 맨 농산물 가격만 폭등한 것같이 말해가지고 농사짓는 사람 죄인 맨드라뿔잖아. 어마어마한 생산비는 설명하지 않고”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방송을 본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십상이어서, 오잇값이 폭락하면 산지 폐기 되기도 한단다.

“(값이) 폭락하면 대개는 방송 잘 안 해요. 비쌀 때만 하고. 생산비 오른 것도 방송해서 농가가 최소한 생산비를 건질 수 있도록 보도되면 좋겠어요. ‘올해 난방비가 급증했다’만 짧게 얘기하고 말아버리잖아. 그러니까 농가들은 좀 억울하지.”

배 대표는 비룟값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인건비도 3, 4년 전과 비교해 40% 이상 상승했다고 했다.

배 대표는 비싼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외부 인력을 쓰지 않고 아내와 둘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일을 하고 낮에는 사무실을 지킨다. 그는 “애들이 서(셋)인데, 지금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막둥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버티자 하고 있는데, 촌에서 다 그렇겠지, 뭐.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말하며 허전하게 웃었다.

배성문 순천낙안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어디 가도 ‘낙안 오이’ 하면 알아준다”라고 하며 봄이 되면 오이 향이 훨씬 진해진다고 덧붙였다. (사진=월간원예)
배성문 순천낙안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어디 가도 ‘낙안 오이’ 하면 알아준다”라고 하며 봄이 되면 오이 향이 훨씬 진해진다고 덧붙였다. (사진=월간원예)

배 대표는 낙안면에서 오이 농사를 1,000여 평 짓는다. 그는 낙안이 ‘탯자리’로, 도시에서 15년 동안 생활하다가 돌아와 아버지 농사를 물려받은 지 24년 됐다.

그에 따르면 “어디 가도 ‘낙안 오이’ 하면 알아준다.” 낙안 오이만 찾는 사람들이 있고, 가격이 더 비싸지는 않다. 또한 낙안 오이는 보존성이 좋다고 한다. 그는 봄이 되면 오이 향이 훨씬 진해진다고 덧붙였다.

낙안 오이는 99%가 취청오이다. 영농조합 전체 생산량의 90%가 서울, 광주, 진주, 대전의 공판장으로 공동 출하된다. 순천시 관내에는 낙안면, 도사동, 상사면, 황전면, 별량면에서 시설하우스 오이를 재배하며 전체 재배 면적은 84.7ha이다. 이 중 낙안면이 52%를 차지한다.

순천시 관내에는 낙안면 지역에 42만 9752㎡, 순천시 도사동 지역에 19만 8347㎡ 등 총 174만 5454㎡의 오이를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오이는 연간 2만 6000t으로 약 300억 원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어 농가소득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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