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식
순천여자중학교 교사
감기가 걸리려나 봅니다. 어제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네요. 아침 등교길에 교통지도를 하면서 몸이 추워 발을 동동 거렸습니다. 

문득 진도 팽목항에서 추운 바닷 바람을 맞으며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생각납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직도 9명의 귀중한 생명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바라는 문화제에서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라고 불리고 싶다’고 울부짖던 실종자 가족의 흐느낌이 되살아 옵니다. 실종자 뿐 아니라 유가족들도 큰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12월 21일 순천에 오셨던 유가족들의 ‘이제 시작이다. 미안하다는 말대신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말이 듣고 싶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국민’이면서도 ‘국민’의 대우를 받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습니다.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의 70미터 굴뚝 위에는 2명의 노동자들이 새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굴뚝 위에 오른 이창근과 김정욱 해고자입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2646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하였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25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해고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하여 2009년 당시 회사가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예견되는 회사의 경영상의 어려움도 해고의 요건으로 받아들여 ‘해고는 합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어떤 회사든지, 언제든지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길을 열어 준 것입니다. 아무리 가진자들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법’이라지만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70미터 굴뚝에 올라 최후의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구미의 스타케미칼 공장의 40미터 굴뚝 위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해고자 차광호씨가 210일째 굴뚝 위에서 새처럼 살고 있습니다. (구) 한국합섬을 사들인 스타케미칼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다시 공장을 되팔기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공장을 폐업했습니다. 이땅의 자본가들에게 노동자란 ‘필요하면 쓰고 필요없으면 버리는 부속’과 같은 존재인 모양입니다. 경영의 책임은 자본가에게 있건만 경영실패의 책임은 언제나 ‘정리해고’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 파이낸스 빌딩 앞 30미터 광고탑에 2명의 노동자들이 전자파와 싸우며 새처럼 살고 있습니다. 케이블방송업체인 C&M 하청업체 해고자 강성덕씨와 비정규직 노동자 임정균씨입니다. 2명의 노동자가 광고탑에 올라간 지 벌써 41일이 됩니다. 2명의 노동자들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협약권, 단체행동권)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하겠다는 것이 해고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행사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요?

오는 12월 27일 굴뚝에 오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14시)과 10년째 정리해고 싸움을 하고 있는 코오롱 노동자들(17시)과 연대하는 ‘정리해고 반대! 쌍용차와 코오롱 코피 터지는 날!!’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또한 팽목항에서는 12월 27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송년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추운 노동자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손을 내밀면 좋겠습니다. ‘국가는 당신들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희망의 손을 내밀어 보게요.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얼어붙은 그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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