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 공보물에 ‘낙선하더라도 순천에 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득표율 3.02%(4,058표)로 낙선했지만 약속대로 현재까지 아내, 8살 아들, 장인 장모님과 함께 순천에서 살고 있다. 지난 설에는 경북에 사시는 천 위원장의 부모님도 순천에서 명절을 지냈다. 천 위원장의 고향은 대구다.

천 위원장은 당을 초월한 청년 정치인 모임 '정치개혁 2050'에서 소선거구제 폐지를 주장한다. 대안으로 선거구당 선출 인원을 4인 이상 다수인으로 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서울 등 다른 지역 일정이 많아 "KTX에서 살고 있다"는 천 위원장을 지난 1월 20일에 만나 이야기 나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 ⓒ순천광장신문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 ⓒ순천광장신문

순천에서 가장 관심 있는 사안은?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까 의료 인프라에 관심이 많다. 전남도에 의과대학이 생긴다고 바로 서울대나 세브란스 수준의 의료 인프라가 생기는 건 아닐 것이다.

현재는 베이비부머 은퇴 시기다. 오늘날 시니어는 자산이 있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계층이다. 그분들이 중점적으로 보는 게 5분, 10분 안에 대학병원급 병원에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순천은 시니어 산업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질 좋은 의료 인프라 구축이 은퇴자 유치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청장년층 인구 유입 방안으로는?

일자리 문제인데, 지역 대학에 특정 산업군을 형성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수도권과 견줄 만한 것은 대학이다.

지역 대학들을 거점으로 소프트웨어에 엄청 투자해야 한다. 과거처럼 SOC 예산 지원해서 시설 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연구가 꾸준히 일어나고 인재가 유입되는 산업군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기존 기업 투자도 유치해야 한다. 사업하기에 괜찮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들이 먼저 알아보고 온다.

순천만잡월드와 국가정원 노동자 문제에 관한 견해는?

노사 관계는 정치권에서 관여하면 오히려 풀기 어려워질 때가 많아서 신중해야 한다.

지노위 부당해고 판정 등 공식 절차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당 차원에서는 일단 어느 정도의 파악이 될 때까지 함부로 나서지 말자 생각하고 있다.

시와 위탁계약을 맺은 수탁사라 해도 별도의 기업이기 때문에 과하게 개입하는 것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면 적절한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

노관규 시장이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손 한 번 내밀어주기를 바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님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시는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시장님의 태도에까지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정치인이나 해당 사안을 잘 파악하고 또 필요한 부분 공감하는 자세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순천 정치 상황은 어떻다고 느끼는지?

저는 되게 행복하게 정치하고 있다. 제가 이 나이에 민주당으로 순천에서 정치하기는 몹시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허허벌판이니까 이렇게 다니는 거지.

지역 발전을 위한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투자는 좋은 정치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괜찮은 사람을 지방 정치부터 경험시켜서 중앙으로 올려야 하는데 지역에서는 국회의원한테 충성해서 ‘떡고물’ 먹는 것 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될 사람을 잘 키우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지가 무너지고 결국 기존 권력자와 같은 사람이 된다.

썩은 정치인을 심판하는 명목으로 선거마다 새 사람을 뽑지만 똑같은 정치가 계속된다. 공천 시스템이 이미 기득권에 유리하게 자리 잡아버렸다.

좋은 정치에 야심 있는 재목들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정치, 권력자에 예속된 사람이 공천되는 시스템을 깨야 한다.

지방자치 실현에 관한 생각은?

현재 수준으로는 지역을 믿고 자치권을 주기가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특히 시장이랑 시의회 의원을 동시에 뽑기 때문에, 우리 지역이야 언제 선거하든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4년간 시의회와 단체장이 같은 당이 되기 쉬워 견제가 없다. 더욱이 시의원들도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당협위원장의 ‘따까리’들이 공천받고 당선된다. 국회의원한테 부족한 돈과 조직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거지 대부분 비전, 아젠다, 역량이 부족하다. 견제가 더욱 어렵다. 

시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할 시스템을 갖춰서 중앙 정부가 지자체장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소선거구제 폐지를 주장한 것인가?

소선거구제도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싫어한 사람을 떨어뜨릴 수 있다. 못하는 누군가를 심판하기에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상대가 못하기를 기다리게 된 것이다.

이정현 전대표도 자주 쓰는 표현인데, 국그릇이 썩었는데 새 물 붓는다고 맛있는 국이 되지는 않는다. 현 시스템이나 기득권 집단 자체가 이미 썩어 있는데 초선 몇 명 들어가서 나아지겠나. 시스템을 크게 한 번 흔들자라는 취지로 소선거구제를 폐지하자 얘기하고 있다.

‘현시대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시각이 있다. 선거가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대선거구가 이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나? 근거는?

1인을 공천하고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중대선거구제는 공천하는 정당 입장에서 다양한 인물을 공천할 수 있다. 선출하는 국민 역시 내가 선택하는 인물이 1위를 못할까 하는 심리, 즉 사표방지심리를 덜 갖고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어 대표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에게 소선거구제 폐지, 다당제 등을 이야기하니 ‘우리는 양당제도 해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무릎을 쳤다. 양당제를 하자는 취지에서라도 시스템을 흔들 필요가 있다.

또한 작은 지역구 하나에서 의원들이 유권자가 아니라 유지들만 보는 실정이다. 지역구 범위를 키워서 전남 동부권의 미래를 고민하는 국회의원들을 만들자는 게 기본 취지다.

천 위원장은 "지역구 범위를 키워서 전남 동부권의 미래를 고민하는 국회의원들을 만들자는 게 중대선거구제를 하자는 기본 취지"라고 말했다. ⓒ순천광장신문

소선거구제가 폐지되면 순천에도 좋을까?

지역 정치인은 지역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한 명 뽑는 선거는 심판 선거가 되기 쉬워 당을 초월해서 괜찮은 사람들이 진영 논리에 속절없이 쓰러진다. 특히 총선, 지선으로 내려올수록 유권자들 관심이 대선에 비해 덜 하다. 심판 바람이 더 세게 작용한다. 

사익을 위해 소선거구제 폐지를 주장하는 면도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된다고 해서 국민의힘 후보가 순천에서 갑자기 당선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저희 당에서 역량있는 후보들이 도전할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줄 서는 사람이 아닌 자질을 갖춘 사람을 공천할 것이다(사실 저희 당에서도 터무니없는 후보들을 다른 지역에 많이 내왔다).

본인은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에 가깝다고 했다. 천 위원장이 생각하는 자유주의는?

제 자유주의에는 시장에서의 자유뿐 아니라 일상 영역에서의 자유, 정치 영역, 사회 영역의 자유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교과서 검열한다든지 언론이나 문화예술인들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등은 보수 정당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 신자유주의에 국민들이 반감을 가졌던 근본적 이유는 기업들한테는 자유를 주려고 하면서 일반 시민에게는 그 정도 자유를 주려고 하지 않는 점이었다. 자유주의자, 신자유주의자라고 한다면 사회 문화의 영역에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된다. 사회 전반에서 자유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자유 경쟁 사회가 존속되려면 사람들이 그 결과에 납득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출발선이 어느 정도 공정하고 경쟁해볼 만하다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것이 정치인들이 만들어야 할 플랫폼의 핵심이다.

선거 공보물에 약속한 대로 순천에서 여태까지 살고 있다. 살아보니 어떤지?

오늘도 웃장 다니면서 들으니 어머님들끼리 “쟤 안 간다 그랬잖아” “진짜 안 가고 살 줄 몰랐지” 막 이러면서 서로 다투시더라.

순천은 서정적, 낭만적이고 또 차분한 도시다. 온난한 기후와 동천이 있어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중소형 도시로서 서로 잘 알고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다보니 사람 됨됨이가 금방 평가되고 공유된다. 도농복합도시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도 돼서 순천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순천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이정현 전 대표가 순천에서 정치할 수 있으면 어디 가도 할 수 있다고 한 게 이제 좀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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