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대학생 3명이 차디찬 서천 물속으로 성큼 들어갔다. 한겨울 냉기가 온몸의 세포에 파고들어 자신의 현재를 부수고, 온전히 새로워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의 대학생 3명이 차디찬 서천 물속으로 성큼 들어갔다. 한겨울 냉기가 온몸의 세포에 파고들어 자신의 현재를 부수고, 온전히 새로워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 청소골 동천 물이 꽁꽁 얼었다. 물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생활용품점에서 구입한 3천 원짜리 팬티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까웠다. 차를 돌렸다. 

서면 우체국 옆의 서천 또한 꽁꽁 얼었다. 그렇지만 물에 들어가야 한다. 차를 몰아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더 올라가니 백로와 왜가리, 청둥오리가 보였다. 잔잔한 물이었지만, 흐르는 곳이어선지 얼지 않았다. 

다행이다. 이제 물에 들어갈 수 있다. 마음이 놓인다. 

나의 결심을 다잡을 행동이 필요한 때다. 2023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간다. 이렇게 그냥저냥 흘려보낼 시간이 아니다. 자꾸 게을러지는 나를 붙잡아야 한다. 차가운 물이 나의 나태를 깨부수어 줄 것이다. 

얼음물에 맨몸을 던지는 것 한 번에 완전히 바뀌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계기는 될 수 있다. 머리부터 발까지 나의 몸 전체가 차가운 물을 기억할 것이다. 

딴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올 때도 있을 거다. 시도 때도 없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와 눈을 덮을 때도 있을 거다. 어깨가 처지거나 허리가 굽혀질 때도 있을 거다. 엉덩이가 들썩거려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는 게 괴로울 때도 있을 거다.

그럴 때마다 나의 몸속 세포 하나하나는 기억할 것이다. 차가운 물 속에서 온 피부와 터럭이 쭈뼛 선 때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반듯해질 것이다. 오늘, 이 차디찬 물을 반드시 상기할 것이다.

나, 순천대 법학과 1학년 김태환은 오늘 다시 태어났다. 5월에 입대하는 청암대 소방안전관리과 1학년 김성진이 함께 했다. 아무 잡생각 없는 단 한 순간을 열망하는 제일대 기계자동차과 1학년 이서진이 함께 했다.

오늘, 뼛속까지 차가움이여, 영원하여라!

2023.01.26.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