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제일 ‘밑바닥’이다. 어른을 대신해 낮은 임금으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한다. 일부 사업주는 일하는 청소년을 자신의 영업비용 절감 도구로 생각한다.

일하는 청소년 대부분이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정작 일하는 청소년 대부분은 자신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전남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교육하기 위한‘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전라남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순천광장신문‘청소년 노동·인권 기획취재팀’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강사단’ 교육활동을 기획 취재하여 네 차례에 걸쳐 연재 보도할 계획이다. 일하는 청소년과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자, 그리고 독자에게 청소년 노동의 가치를 알리고,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기획취재팀(김현주 기자. 임경환 시민기자)



 











근로계약서, 작성 방법과 실제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 찾기 첫걸음
‘최저임금 지키지 않는 알바’자각 계기

“친구가 한 시간에 4000원의 돈을 받고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불법이에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하면서 열악한 청소년 노동 인권실태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 준 뒤 나온 첫 반응이었다. 학생의 질문처럼 동영상에서 나온 사례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실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단’의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2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 째 시간에는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 산업안전을 주제로 한 참여형 수업이고, 두 번 째 시간은 실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보고, 임금도 계산해 본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준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보자고 하면 학생들은 “근로계약서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근로계약서가 무엇인지, 존재 자체를 모르는 학생이 대다수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근로계약서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학생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현실이었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위해 나눠 준 근로계약서를 받아든 학생들이 모두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근로계약서를 처음 접하는 순간이다.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근로계약서를 직접 작성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 휴가, 업무 내용, 근로 장소, 휴게시간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들이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었다는 사실도 함께 깨닫는다.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과정에 한 학생은 “저는 14시간 동안 일했는데, 휴게시간이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8시간을 근무하면 법적으로 1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노동을 하는 학생의 당연한 권리조차 챙겨주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 이후에는 임금과 관련된 강의가 진행된다.

몇몇 학생은 올해의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최저임금이 무엇인지, 자신의 노동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한 시간 일하면 PC방에서 3시간 놀고, 컵라면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학생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의 이런 경제관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사가 다시 학생들에 되묻는다. “1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한 노동의 가치가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비용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서야 학생들은 자신의 노동가치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단’은 학생들에게 최저임금을 교육한 뒤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외 수당과 야간노동 수당, 주휴수당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음을 소개한다. 그리고 직접 임금을 계산해 본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학생들은 “너무하다 진짜”, “이거 다 받으면 한 달치 월급이야”, “나 매일 14시간 일했는데, 계속 기본시급으로 일했네”라며 억울해 했다. 그것을 지켜본 친구들은 “신고해”라며 흥분한다.

다른 한 학생은 “이거 다 받을 수 있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강사는 질문한 학생에게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당연한 권리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쌤, 달라고 했다가 짤리면요?”라거나 “사장님과 친해서 신고하기 어려운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임을 느끼게 한다. 

임금 계산에 이어서 ‘아르바이트생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임금은 본인에게, 그리고 직접, 매월,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등의 근로기준법 상 권리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과정에 강의한 노동법을 OX 퀴즈로 풀어본 뒤 두 번째 시간 강의가 끝났다.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단’ 교육을 통해 순천에 있는 주요 특성화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까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강사단’ 소속의 조종철 강사는 “이번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이나 앞으로 노동자로 살아갈 학생들이 노동과 노동자의 권리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회성 교육만으로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동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있을 경우 청소년들이 개인적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청소년에게만 맡길 문제인지 아쉬움이 남는대목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의 노동․인권은 청소년 노동을 하는 아이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내 아이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