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에 교육 정책 주요 결정자들(대통령, 교육부장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이 대거 교체되었다.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교육정책들이 급격하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역사과 교과서의 편찬준거 내 편찬상 유의점 속에 5·18과 제주 4·3,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학습요소로 포함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보수교육감이 들어선 지역에서는 혁신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리 교육이 ‘미래교육‘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방향이다. 이 방향을 둘러싸고 이견들이 존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유네스코는 2021년에 국제미래교육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위기에 처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교육’에 주목했다. 인권에 근간을 두고 차별금지와 사회정의, 생명 존중, 인간 존중 및 문화 다양성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고, 돌봄의 윤리, 호혜주의, 연대를 포괄해야 하며 공동의 사회적 노력이자 공동재(common good)로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앤디 하그리브스 교수는 『학교 교육 제4의 길』이라는 책을 통해서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교수는 이 책에서 앞으로 교육은 학교 뿐만 아니라 학부모・지역사회・대중들의 참여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늘어나야만 교육개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에 더 참여하게 되고, 학교 내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존재감과 목소리가 높아지며, 일반 대중은 전달된 교육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다는 교육의 목표를 논의하는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교육적 사명과 열정으로 무장한 교육자, 참여하는 대중, 큰 방향 안내는 하지만 통제는 하지 않고 지원하는 정부의 3자가 공공선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 수평적 파트너십을 통해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때, 제4의 길은 열릴 수 있다.

순천은 지난 2020년 순천시, 순천교육지원청, 순천시의회가 교육협력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인재 양성이라는 비전 아래  △학교와 마을이 더불어 성장하는 지역 교육생태계 조성 △학생과 시민 모두 삶의 주인이 되는 교육정책 실현 △경계를 넘는 교육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 전체를 배움터 조성 △순천을 배우는 지역특화 교육과정을 통한 로컬형 인재 육성 △개인의 성장을 넘어 지역성장을 유도하는 평생교육 실현이라는 과제를 설정한 바 있다. 순천교육협력비전은 유네스코 보고서와 앤디 하그리브스 교수가 제안한 미래교육의 방향에 비춰볼 때 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지방 선거 이후 전남 지역도 교육 정책 주요 결정자들이 대폭 교체되었다. 그 이후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교육 정책들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졌고 꽤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이러한 정책들이 수립될 때 공동재로서의 교육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가, 지역 사회에 각 교육주체들의 논의가 있었느냐가 기준이 되면 좋겠다.

임경환 전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장
임경환 전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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