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현실이 성패를 좌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배달 앱 실험이 본격화되었다. 지난 2020년 군산시가 공공 배달 앱을 내놓으면서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배달 앱을 내놓았다.

전라남도도 지난해 7월에 공공 배달 앱을 내놓았다. 출시 당시 목포에서 협약식을 가진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순천에서도 협약식과 함께 홍보 이벤트를 열었다.

전라남도 공공 배달 앱 먹깨비는 도비 5억 원을 들여 ㈜먹깨비가 앱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출시 당시 가맹점 6,000곳을 모집하고 2023년까지 전통시장 장보기와 로컬푸드 생활용품도 배달하는 등 도내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먹깨비’에 가입할 경우 가맹점의 주문 중개수수료는 1.5%로 타 민간 배달 앱의 주문 수수료가 6.8~15%인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당일 즉시 입점, 입점비 및 월 사용료도 무료다.

한편 월 매출액 3천만 원 기준 가맹점주가 부담할 중개수수료를 비교하면 타 배달 앱의 경우 35∼45만 원이나, 먹깨비에 가입된 가맹점은 4만 5천 원 선으로 약 90%의 중개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1월에는 자동차와 노트북, 1만 원권 할인 쿠폰을 내걸고 공공 배달 앱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홍보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전라남도 공공 배달 앱 먹깨비는 도비 5억 원을 들여 ㈜먹깨비가 앱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순천에서도 협약식과 함께 홍보 이벤트를 열었다. ⓒ순천광장신문
전라남도 공공 배달 앱 먹깨비는 도비 5억 원을 들여 ㈜먹깨비가 앱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순천에서도 협약식과 함께 홍보 이벤트를 열었다. ⓒ순천광장신문

하지만 2023년 1월 현재 가입된 가맹점주는 도내에서 5818개 업체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처럼 공공 배달 앱이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쿠팡이츠 등 민간배달 앱보다 중개수수료나 배달비가 훨씬 저렴하지만, 실제 배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은 데는 빈익빈 부익부라는 현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만 쓰다가 배달비가 너무 비싸져서 공공 배달 앱을 이용하려니 가맹점이 적어서 마땅히 주문할 가게가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지난해 10월에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배달 앱 3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배민 1,956만 3905명 ▲요기요 653만 923명 ▲쿠팡이츠 369만 993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공공 앱 ‘배달특급’조차도 44만 5,072명에 그쳤다.

결국, 가맹점주 수와 배달 품목의 다양화가 배달 앱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배달 앱의 수수료율이 낮은 이유는 운영비용을 세금으로 메우기 때문인데, 지역경제를 살리는 착한 소비로 공공 앱을 활용하자는 계도적인 권고는 시장의 속성이나 소비자의 요구를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민간 배달 앱 업체 간에도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에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앱이 기대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공무원 마케팅 부서라도 신설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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