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 
순천시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 

날마다 영하의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이 엄동설한에 순천시청 앞에서 20일째(12.27) 천막노숙농성을 하는 순천만잡월드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누군가의 자녀이자 부모이기도 한 그들은 왜 차디찬 거리로 나오게 되었을까?

순천만잡월드는 호남권을 대표하는 거점형 어린이 직업체험관으로 지난 2021년 10월 16일 개관했다. 총사업비 48,672백만원(국비 23,185, 도비 4,400, 도교육청 5,000, 시비 16,087)으로 대부분 국비와 시비로 조성된 호남을 대표하는 직업체험관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개관한 지 겨우 1년 46일 만에 호남을 대표하는 직업체험관은 직장폐쇄되고 순천만잡월드 여성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을까?

순천만잡월드 여성노동자들은 ‘순천시와 회사 간 조례 위반, 협약서 위반, 부당해고 철회, 순천만잡월드 운영 정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순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현장운영 인력 변경 시 순천시와 협의’ 등의 ‘순천만잡월드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위반이 드러났고, 자체 회계감사에서도 부실 운영 문제가 드러났다. 

순천만잡월드 위탁 운영을 책임진 회사가 개관한 지 불과 1년 46일 만에 노사갈등을 야기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위탁사의 부실 경영과 무능을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순천만잡월드에 채용되어 어린이 청소년들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던 여성노동자들도 자신들이 한겨울 노숙농성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노' 자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들은 일하다 보니 부실 경영, 조례 위반, 열악한 노동조건에 참다못해 11월 3일 노동조합을 결성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 33조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올지 어찌 알았겠는가?

순천시는 노사 간의 문제라며 행정력을 동원하여 왜곡된 카드뉴스를 배포하고 노동자들의 농성을 떼쓰는 것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호남권 최대 직업체험관으로 순천시의 교육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할 순천만잡월드 위탁사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은 순천시에 있다. 개관한 지 일 년 지난 위탁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했는데도 뒷북 치며 노사 간의 문제라고 항변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바로 어제(12/26) 순천시는 ‘노동 가치가 존중받는 일류 순천’을 목표로 ‘순천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순천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환경 변화에 사전 대응하고, 기반 산업 노동자부터 취약 노동자까지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향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수립됐다’라고 전했다. 

‘노동 가치가 존중받는 일류 순천’을 위해 순천시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순천만잡월드 여성노동자들에게 다가서는 일이다.

‘법과 원칙’ 보다 위에 있는 것이 ‘인권’이다. 

순천시청 앞 눈바람 맞고 노숙농성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단 한 번이라도 찾아가서 무릎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노동 가치가 존중받는 일류 순천’ 순천시의 모습이 아닐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하고, 거리에 선 노동자들과 소통하며, 순천만잡월드 운영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순천시장의 행보를 보고 싶다.

28만 순천시민의 다양한 오늘이 있다. 20일째 차디찬 길거리에 나와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살피는 따뜻한 정치를 바로 오늘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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