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의 서식지 확대와 순천만갯벌의 적절한 관리를 위한 제언

최근 순천만의 농경지(논습지)와 갯벌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1만여 마리나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인 일본 큐슈의 이즈미 지역에서 수천 마리가 다시 북상해 순천만으로 날아온 것이다. 이유는 이즈미 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H5N1)에 감염된 흑두루미 수백 마리가 죽는 일이 발생했고, 흑두루미 무리가 위협을 받아 북상하는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순천만으로 이동해 왔기 때문이다.

흑두루미의 서식지 확대 필요

그렇다면 순천만으로 이동해 온 흑두루미 1만 마리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으면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난 11월 29일 오후에 순천만을 직접 돌아보면서 흑두루미 서식 상황을 파악해보았다. 흑두루미 대부분이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한 순천만자연생태관 앞 농경지(논습지) A구역에 머무르면서 먹이를 먹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그림.1>, <사진.1>, <사진.2>, <사진.3>). 단지 소수의 무리만이 주변 지역의 농경지 B구역, C구역(<그림.2>), <그림.4>, <그림.5>), D구역(<그림.3>), <그림.6>, <그림.7>)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따라서 흑두루미 무리가 순천만의 농경지(논습지) 전역으로 퍼져서 먹이를 먹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서식지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먹이를 주는 장소가 바뀌어야 한다. 흑두루미 먹이인 벼이삭(나락)을 현재와 같이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한 순천만자연생태관 앞 농경지(논습지)에만 집중적으로 뿌려줄 것이 아니라 순천만의 농경지(논습지) 전역으로 확대해 뿌려줄 필요가 있다. 먹이를 뿌려 놓아도 흑두루미들이 이곳으로 이동을 하지 않는다면, 흑두루미 모습을 띤 조형물을 만들어서 몇 곳에 분산해 세워둘 필요도 있다. 흑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편안히 휴식할 때 내는 소리를 녹음을 해서, 이 조형물에서 소리가 나오도록 해놓으면 좋겠다. 다른 흑두루미들이 이 소리를 듣고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하고 이곳으로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계속 관리한다면 집단 폐사 발생 가능성 커져

이렇게 해야 순천만에 모여든 흑두루미 무리 중에 혹시 조류인플루엔자(H5N1)에 감염된 흑두루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흑두루미들에게 감염을 시키는 일이 덜 발생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흑두루미 무리가 집단적으로 한 곳에 모여 있게 되면 질병 감염이 쉽게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이중에 죽는 흑두루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순천만에서 겨울철에 월동하는 흑두루미 무리가 2백 마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금보다 넓은 농경지 모든 구역(A∼F구역)에서 가족단위로 흩어져 편안하게 먹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그림.4>). 그런데 지금은 흑두루미 개체수가 1만여 마리까지 증가했는데도 좁은 구역에 대부분의 무리가 마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사태가 발생한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는 그동안 좁은 장소에 흑두루미의 먹이를 뿌려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흑두루미의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먹이 주기 방식을 바꿔야 하고, 이즈미 외에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흑두루미가 분산해서 월동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특히 흑두루미가 늦가을에 월동하러 이즈미로 남하하는 도중에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순천만에 일부가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분산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욱이 순천만뿐 아니라 국내의 다른 지역, 즉 주남저수지 주변 농경지, 해남지역의 농경지, 흑두루미 이동 경로상의 농경지로 서식지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이미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 및 환경운동가들이 참여한 국제 심포지움을 통해서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런데도 순천시를 비롯해 환경부 및 산하 연구기관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를 계속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즈미에서 발생한 흑두루미 집단 폐사와 같은 상황이 언젠가 순천만에서도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이 순천만갯벌 바로 옆에 위치한 보성 벌교갯벌과 주변 농경지도 흑두루미 무리가 충분히 이용가능한 지역이다. 11월 29일 오후12시30분경,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화포항을 방문했을 때 보성 벌교갯벌 쪽의 하늘 위에서 흑두루미 96마리가 활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흑두루미 무리가 화포항 하늘을 지나서 순천만갯벌의 동천 하구 방향으로 이동했다(<그림.5>∼<그림.8>, <사진.8>). 예전에 보성 벌교갯벌 옆 농경지에서 흑두루미 무리가 관찰된 적이 있다고 한다. 보성 벌교갯벌은 지난해 7월 26일에 순천만갯벌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이다.

서식지 확대는 생태관광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돼

우선 순천만에서라도 순천만의 농경지(논습지) 전역으로 흑두루미 서식지를 확대해 준다면 흑두루미의 생존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탐조객들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할 수 있어 탐조객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순천만과 그 주변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러면 이 주변 지역에 위치한 식당이나 숙박지를 탐조객들이 이용하게 되어 가까운 거리의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은 물론 자긍심을 높여주는 계기도 될 것이다.

참고로 흑두루미가 머무르는 농경지에는 오리류, 기러기류를 비롯해 황새, 독수리 등도 이동해 와서 먹이를 먹거나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탐조객들이 다양한 새들을 관찰하면서 보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머무르게 된다. 특히 탐조객들이 새들을 관찰하면서 위협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장소를 선정해 밀폐형 탐조대를 여러 곳에 설치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많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실효성 있는 밀폐형 탐조대를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탐조대에는 해설사를 배치해서 탐조대 시설 관리와 함께 탐조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림 1>

11월 29일, 순천시 대대동의 순천만자연생태공원앞 농경지(논습지) A, B구역의 위치
11월 29일, 순천시 대대동의 순천만자연생태공원앞 농경지(논습지) A, B구역의 위치
11월 29일, 순천시 대대동의 순천만자연생태공원앞 농경지(논습지) A구역의 모습
11월 29일, 순천시 대대동의 순천만자연생태공원앞 농경지(논습지) A구역의 모습

 

 11월 29일, 순천만자연생태공원앞 농경지(논습지) A구역에 모여 있는 흑두루미(앞쪽)와 오리류, 기러기류 무리(가운데)
11월 29일, 순천만자연생태공원앞 농경지(논습지) A구역에 모여 있는 흑두루미(앞쪽)와 오리류, 기러기류 무리(가운데)
 11월 29일, 순천시 안풍동 297-6의 농경지 B구역에 머무르고 있는 흑두루미 3마리(어른새 2, 어린새 1)
11월 29일, 순천시 안풍동 297-6의 농경지 B구역에 머무르고 있는 흑두루미 3마리(어른새 2, 어린새 1)
 11월 29일, 농경지(논습지) C구역의 위치
11월 29일, 농경지(논습지) C구역의 위치
11월 29일, 순천시 별량면 우산리 53-2의 농경지 C구역에서먹이활동을 하는 흑두루미 무리<>
11월 29일, 순천시 별량면 우산리 53-2의 농경지 C구역에서먹이활동을 하는 흑두루미 무리<>
 11월 29일,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160-11의 농경지 C구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흑두루미 5마리(어른새 2, 어린새 3)
11월 29일,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160-11의 농경지 C구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흑두루미 5마리(어른새 2, 어린새 3)
 11월 29일, 농경지(논습지) D구역의 위치
11월 29일, 농경지(논습지) D구역의 위치
11월 29일,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778-2의 농경지 D구역에 머무르고 있는 흑두루미 3마리(어른새 2, 어린새 1)
11월 29일,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778-2의 농경지 D구역에 머무르고 있는 흑두루미 3마리(어른새 2, 어린새 1)
 11월 29일,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774-6의 농경지 D구역에 머무르고 있는 흑두루미 2마리(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사의의 교잡종으로 보임)
11월 29일,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774-6의 농경지 D구역에 머무르고 있는 흑두루미 2마리(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사의의 교잡종으로 보임)
 농경지(논습지) A, B, C, D, E, F구역의 위치
농경지(논습지) A, B, C, D, E, F구역의 위치
 11월 29일 오후12시30분에 관찰한 흑두루미 96마리의 이동경로 모습
11월 29일 오후12시30분에 관찰한 흑두루미 96마리의 이동경로 모습
  보성 벌교갯벌과 순천만갯벌의 위치
보성 벌교갯벌과 순천만갯벌의 위치
  보성 벌교갯벌과 주변의 농경지(논습지)
보성 벌교갯벌과 주변의 농경지(논습지)
  순천만갯벌과 주변의 농경지(논습지)
순천만갯벌과 주변의 농경지(논습지)
 11월 29일,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805-5 화포항의 하늘 위에 떠 있는 흑두루미 무리 (보성 벌교갯벌 쪽으로부터 순천만갯벌 쪽으로 이동하면서 활동하는 모습)
11월 29일,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805-5 화포항의 하늘 위에 떠 있는 흑두루미 무리 (보성 벌교갯벌 쪽으로부터 순천만갯벌 쪽으로 이동하면서 활동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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