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열린 정원 투어' 참여기

지난 11월 13일 일요일, ‘순천 열린 정원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따뜻한 햇볕과 살랑이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며 동천변을 걷기에 좋았다. 

순천역 시티투어승강장에는 참여자로 짐작되는 몇 분이 보였다. SNS를 통해 알고 KTX 타고 익산에서 오셨단다. 실망할 수도 있는데…. 첫 해 참여해본 경험으로 조금 염려가 되었다. 다른 분은 부산에서 혼자 오셨는데, 3일째 참여한다고. 이런 프로그램을 찾았는데 순천이 유일하다고, 좋다고 한다. 첫해와 다른가보다! 갑자기 기대되었다. 금, 토, 일요일 프로그램이 다르니 3일 다 신청하자는 지인의 권유를 사정이 있다며 일요일 하루만 신청했는데….

잠시 뒤 버스가 왔다. 명랑한 인솔자로부터 명단을 확인하고, 입장권(?)과 사전 설문지와 기념품을 받고 출발했다. 차안에는 순천만정원에서 먼저 승차한 청년들이 꽤 여럿이다. 오호~ 뭔가 몇 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청년들 중엔 유튜버로 보이는 이도 있다. 출발이 상쾌하다.

지난 11월 13일 열린정원 투어는 KTX 순천역 앞에서 노란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지난 11월 13일 열린정원 투어는 KTX 순천역 앞에서 노란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첫 번째는 음악정원. 돌과 철쭉으로 만든 울타리는 늦가을임에도 보기 좋았다. 봄에 꽃이 피면 얼마나 예쁠까? 처음부터 현재 모습은 아니었단다. 당시 50원 하는 묘목을 심어 10년이 훨씬 지났다고 한다. 처음엔 마당에 키 큰 활엽수도 있었는데 관리에 적당한 늘푸른나무들을 남겼단다. 병마를 이겨낸 바깥주인은 악기를 연주하고 안주인은 흙을 빚으며 정원을 가꾸었단다. 주인내외의 아픔과 정성에 더해진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이다. 

순천만 옆 음악정원. 10년 전 50원 하는 묘목을 심어 가꾸기 시작했다. 매일 철쭉과 바위 위에 손길이 머무는 동안 병마를 이겨내게 되었다.
순천만 옆 음악정원. 10년 전 50원 하는 묘목을 심어 가꾸기 시작했다. 매일 철쭉과 바위 위에 손길이 머무는 동안 병마를 이겨내게 되었다.

두 번째는 숙희의 뜰. 주인장의 이름을 딴 정원이름이 정겹다. 안주인이 어릴 때부터 살던 집에 다시 와서 살며 내외와 아들들까지 온가족이 가꾸었단다. 사과, 감, 모과 등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정돈된 모습이었다. 모과를 닮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열매의 향기를 맡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유튜버가 찍는다. 나오는 길엔 감을 가져가라고 하셔서 두어 개 들고 왔는데 꿀맛이다. 

부인 이름을 딴 숙희의 뜰안의 모과 열매. 햇볕과 바람을 잘 받기 위해 층층으로 가지를 냈다.
부인 이름을 딴 숙희의 뜰안의 모과 열매. 햇볕과 바람을 잘 받기 위해 층층으로 가지를 냈다.

다음으로 낙안의 어느 곳으로 한참 가서 닿은 곳에 다과를 준비한 스텦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번째 석정원. 아담한 집에 비해 넓은 대지에는 3개 정원이 이어졌다. 길에서도 훤하게 보이는 정원과 대문과 이어진 앞마당과 텃밭 같은 뒤뜰. 주택의 정원이라기보다는 정원을 위한 집 같아 보였다. 주인에게 듣는 정원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훤하게 보인다한 정원은 안에 들어서니 실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나름의 아기자기함이 있었다. 텃밭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등과 각종 허브. 아름다움 뒤에 보이지 않는 배려와 수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일행 중 주택에 사는 이는 집을 어떻게 꾸밀지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고, 다른 이는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이렇게 둘러보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양지바른 널따란 돌 위에서 따뜻한 차와 앙버터, 쿠키 과자를 먹는 시간은 여유로웠다. 몸도 마음도 시간도 날씨도.

석정원에서는 햇볕 받아 따뜻한 바위에 앉아 앙버터, 쿠키와 호박죽, 차를 들며 가을날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석정원에서는 햇볕 받아 따뜻한 바위에 앉아 앙버터, 쿠키와 호박죽, 차를 들며 가을날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젊은 유튜버들은 먹고, 즐기고, 영상을 찍는 모습이 분주하면서도 즐거워 보인다. 영상으로 담기에 참 적당한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유튜버가 알아본 것 같다. 예쁜 영상 많이 찍었을 것 같다. 한 일행이 내년엔 대형버스를 운행해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일행은 이런 프로를 대형화하면 맛이 다르다며 이렇게 작은 규모로 횟수를 늘려야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참여했을 때는 40여 명이 대형버스를 타고 해설사의 인솔로 돌아다녔다. 이번엔 정원 주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느끼는 시간을 충분하게 가졌다. 

돌아오는 길, 다시 설문지를 받았다. 사전 설문과 다르게 참가비 2만 원은 적당하다고 표시했다. KTX 시간에 맞춰 순천역에서 내렸다. 익산으로 가는 중년의 표정이 환하다. 부산으로 가는 분의 걸음이 낙엽처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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