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인철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

김인철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1999년부터 정기적으로 습지보호지역과 철새 도래지에서 새 조사를 해 오고 있다. 한여름 빼고는 일 년 내내, 도요새 같은 경우는 2주에 한 번씩, 겨울 철새는 월 1회 조사한다.

20년 넘게 순천만을 관찰해오고 계신다.  어떤 변화가 보이나?

갯벌에 대한 사람들 욕심이 더 커졌다. 1990년대 말에 찍었던 사진과 비교하면 지금은 갯벌에 버려진 쓰레기, 아주 오래된 폐어구들부터 최근에는 pvc 칠게잡이 등이 매우 많이 버려져 있다. 논밭은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고 지력을 높이기 위해서 퇴비를 뿌리는 등 가꾸는 노력을 한다. 갯벌이나 바다는 수확하는 사람만 있지 가꾸는 사람은 없다. 바다와 갯벌은 공유제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어떤 기자가 순천만의 pvc트랩, 칠게통이 불법이라고 문제 삼았다가 난리가 났다. 주민들 ‘먹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에서도 이것을 수수방관한다.현재 시에서 허가한 그물보다 훨씬 많은 그물이 갯벌에 설치돼 있다. 퇴적상을 조사하는 박사님은 배를 타고 다니면서 지점별로 퇴적 시료를 채취하는데 그물이 빽빽하니까 배가 다닐 데가 없다고 하더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갯벌에서 나는 생물들은 점점 줄어들 거다. 기후변화로 해양 환경도 바뀌고 있다. 이미 칠게, 꼬막, 짱뚱어 등이 줄어들었다. 어민들은 줄어든 어획량을 보전하기 위해 그물을 더 많이 치고, 악순환이다. 지속가능한 어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민들조차도 일부는 그물코 크기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신다. 너무 작은 것까지 잡아버리면 산란할 개체가 없어지고 결국 어족 자원 자체가 사라진다.

시는 칠게, 짱뚱어 등이 단위면적당 얼마나 잡히는지, 매년 변화의 폭등과 추이를 조사하고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어민들 수익을 보전하고, 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어민을 살리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어민들도 바다와 갯벌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규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유도하는 게 공공의 역할이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순천만을 즐길 때 주민을 비롯한 다른 생명을 배려할 수 있도록 행정이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일관된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문화가 바뀐다. 그런 문화를 즐길 기회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인철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
김인철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

이 외에 행정에서 관심을 기울일 점은?

순천만습지는 도사동 별량면 해룡면 세 개 행정구역이 걸쳐 있고 전문 부서로서 순천만보전과가 있다. 가령 순천만 습지에 무단투기된 쓰레기가 있다고 하자. 이거를 누가 처리해야 하나? 청소자원과? 해당 동면? 순천만보전과 책임일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중첩된 업무를 조직 개편이나 업무분장을 통해 역할을 적절하게 나눠야 한다. 행정규칙을 만들어서 순천만과 관련한 일을 할 때는 세 개 행정구역과 관련 부서들이 협의하도록 정하고 관련 안건을 공유하고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장이나 부시장이 조정할 수 있다.

순천만은 영역이 넓다. 매년 정기적으로 행정협의회의를 하고 논의한 사항을 기록하고 축적해나가면 순천만 운영 매뉴얼이 나올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소홀하지 않았나는 생각이다.

순천만과 관련하여 행정을 견제하는 동시에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거버넌스 조직으로 '순천만습지위원회'가 있다. 전에는 주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행정이 순천만에 관해 같이 의논하고 계획을 세웠다. 순천만 관련 사업 전체를 공유하고 주요 사업이 있을 때마다 위원회가 활발히 열렸었는데 2019년 이후 거의 열리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서면으로 위원회 한다고 공문이 왔는데 안건이 딱 하나였다. 순천만 쉼터 카페테리아 예결산.

‘순천시 순천만습지 보전·관리 및 지원사업 등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를 시민들 노력으로 어렵게 만들었는데 거버넌스 형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다 보니 제도적 장치가 작동이 안 되고 있다.

중요한 것 중 또 하나는 미래 세대 교육이다. 조례에 따라 매년 일정 기금을 주민 지원, 인식 증진, 연구 영역, 주민 환경 개선 사업 관련 일부 시설 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인재 육성과 관련된 부분들이 들어가면 좋겠다.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들을 밝혀내고 이것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 사업들을 우리 지역 연구자들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연다면, 그 연구 성과물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것이다.

갈대밭이 늘어나는 걸 관리할 필요가 있나?

갈대밭 면적이 늘어나면 종다양성이 떨어지긴 한다. 갈대가 들어서면 원래 있던 생물들이 다른 데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영국은 습지 관리 차원에서 갈대밭 한 쪽을 일정하게 베고 초지를 만든다. 새들이 쉴 수 있게.

순천만에서 습지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복원된 곳은 다 갈대밭이 됐다. 방치돼 있는 것이다. 장산 갯벌도 중간 제방을 없애고 해수 유통구만 터놨다. 가장 일차원적인 복원이다.

복원을 통해서 얻고자는 것을 설정해야 한다. 어떤 저서생물을 유입한다든지, 염생식물을 복원한다든지, 새들 쉼터 등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 모니터링 해야 한다. 원래 그 지역에 서식하던 분류군에 집중해서 습지를 복원하고 관리하면 더욱 좋겠다.

순천만의 환경과 관광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순천은 람사르 습지 1호 도시로 습지 관리 모범 지역이다. 세계적으로도 습지 보존, 관리, 이용 노하우를 보러 찾아온다. 

순천만에서 행한 사업들의 성과를 기록하고 평가·논의한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관농업지구 어르신들이 철새지킴이로 활동한 내용들, 갈대밭을 베고 울타리를 엮고 또 걷어내는 등의 이야기를 지역 아카이브 차원으로 매년 기록하고 이를 출판물로 발간하면 기념품이 된다. 해설사 분들이 직접 쓴 ‘순천만의 사계 해설’ 책이라든지, 박물관 도록처럼 순천만 전시관 도록은 어떨까.

관이 다 할 수는 없다. 어떤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코디하여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취합해서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돼야 한다. 순천만자연생태연구소의 수많은 성과가 있는데 자료실이 없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전자파일로, 아니면 목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순천만에서 1년 동안 시행한 사업, 연구 등의 연간 보고서를 매년 만들면 좋겠다. 보존 분야, 공원 관리 분야, 교육 분야, 해설 분야 등의 사업과 그 성과를 정리하여 공개, 공유하면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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