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올레길은 제주올레길과 자매의 길이다. 제주관광공사와 울란바토르시가 협력하여 2017년 6월 몽골올레1길을 열었다. 일본 규슈올레에 이어 해외에서 두 번째 조성된 트레킹 코스다. 몽골올레길은 1코스 복드항 산, 2코스 칭기스 산, 3코스 어거머린 암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몽골올레3길은 202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도움으로 테를지국립공원 내 마을 중심인 날라이흐구 6동 사무소 인근에서 코스가 시작되며 지역 주민들이 사는 마을과 캠프장, 테를지 강, 들판과 숲을 지나는 코스로 다양한 몽골의 속살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몽골올레길을 걸은 좌절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몽골이라면 고비사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시 근처 테를지국립공원은 숲과 강, 산과 들판으로 이루어진 다채로운 곳이다. 이곳에 몽골올레길 중 2개의 코스가 있다. 

가이드 없이 몽골 올레3길을 걸었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는 아니다. 중간에서 멈췄으니까.

몽골 올레길은 제주 올레길을 본보기로 하고 있다. 2021년에 몽골 올레3길이 테를지 국립공원 안에 만들어졌다. UB2호텔 앞에서 테를지 강을 지나고 어거머린 암 등 산을 끼고 돌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16.8km이며 큰 높낮이 없이 주로 평지를 걷는 길로 소개되어 있었다. UB2호텔은 전설의 울란바토르호텔이 테를지에 세운 분점이어서 명성이 어디갈까 생각하고 하루 묵었으나, 예전 명성은 고급 윌넛 원목장 속에 부서져있었고, 위치 이외에 모든 게 엉망이었다.

몽골 올레3길을 걸으려면 먼저 테를지 국립공원에 가야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테를지로 가는 길은 하나다. 가이드 없이 갈 수 있는 방법은 택시나 버스를 타는 것이다.

몽골에서 공식적인 택시는 흔치 않다. 그래서 대다수가 이용하는 방법은 아무데서나 손을 들어 차가 서면 흥정하는 거다. 어디 가는데 얼마에 갈 거냐고 묻고 몇 투그릭이나 달러 또는 원이라고 답하면 서로 흥정한다. 느낌으로 계산하면, 한국 요금 기준으로 1/2~1/10 수준이다. 좋은 사람 만나면 1/10로 가고, 대충 1/5이며 덤태기 쓰면 1/2이다.

택시를 여러번 이용했다. 울란바토르 남쪽 도시인 준모드 아래 초원을 걷다가 오르막길에서 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자 했다. 올라가는 차의 가속도를 포기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없다. 제법 손을 들었다. 오래된 5인승 도요타승용차가 쉬익 지나치더니 저만치 가다 선다. 낑낑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르는게 안쓰러웠던지 후진해온다. 에고... 기쁜 마음에 발에 더 힘을 주었다. 인사는 대충이고 흥정은 제쳐두고 몸이 먼저 차에 들어간다. 어라... 얼추 엉덩이를 붙이고 셈하니 9명이 아닌가. 와우... 후덕한 가족 틈에 끼어 잠시나마 즐겁게 타고 왔다. 근처에 세워달라 해도 굳이 직진 길을 돌아 호텔 앞에 내려주었다.

자이승기념탑 아래에서 주스를 팔던 아가씨가 일부러 구글 번역기로 구구절절 알려준 위험하다는 택시는 나의 주관적 경험상 모두 안전했다. 귀국 전날 저녁에 탄 택시 아저씨도 생각난다. 1300투그릭을 깍아주기도 했는데 택시 안에 두고온 장갑을 주겠다고 일부러 좁은 골목길을 달려왔다. 지금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하다.

버스는 날라흐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 구글 지도에는 울란바토르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지만, 물어봤던 몽골 사람 누구도 알고 있지 않았다. 울란바토르 옆에 있는, 한국으로 치면 수원 정도의 도시인 날라흐로 가는 버스는 2가지다. 빨간 급행과 파란 완행.

수흐바타르광장 아래에서 버스를 타고 날라흐에 가는 광역버스가 오는 서부 버스정류장에 갔다. 버스 카드 파는 젊은 여성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곧 온다고 했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다시 가서 왜 안 오냐고 물어보니 잘 모른단다. 어찌할 줄 모르고 벤치에 앉았다. 옆에 앉은 노인분이 영어로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몽골 사람들은 한국과 친밀하다. 우랄알타이어족으로 뿌리도 같지만 수교 후 교류가 활발하다. 새로지은 징기스칸 공항 창구 중 반절 넘게가 한국항공사 창구다. 두세 집 건너 한 사람은 한국에서 일했거나 여행을 다녀왔단다.

벤치 옆자리 노인분은 제주도까지 여행했다. 85세인데 매우 정정하시다.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 잘 못 한다고 답했지만 뭐라뭐라 하신다. 테를지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버스를 타야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잠시후 불쑥 일어나면서 내 팔을 잡고 끌었다. 엉겁결에 뿌리치고 벤치에 앉아서 보니 벌써 빨간 급행을 타고 계시다. 우르르 많은 사람이 몰려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몽골은 한국과 물리적 거리 이상 가깝다. 두세 집 건너 한 명 꼴로 한국과 인연이 있다. 85세 어른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갈 정도다. 영어보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할 정도다.
몽골은 한국과 물리적 거리 이상 가깝다. 두세 집 건너 한 명 꼴로 한국과 인연이 있다. 85세 어른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갈 정도다. 영어보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할 정도다.

버스가 떠난 후에야 그 버스를 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물어 다음 완행을 탔다. 예고 없이 비는 세차게 내리고,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으로 버스는 달렸다. 드디어 도시같은 곳에 왔지만, 어디서 내려야 할지 몰라 대충 따라 내렸다.

버스 타느라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진작부터 배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곱상하게 차려입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밥집 소개를 부탁했다.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지도를 보며 알려준다. 걸어갈 만한 거리다.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날라흐 메리레스토랑은 샤브샤브 음식점이다. 이후에 알고보니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냥 밥집이 아니고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맛난 음식은 메리레스토랑의 하얀 소꼬리 샤브샤브였다. 생긴 건 비계덩어리 같은게 부드럽고 고소하기가 일품이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풍미는 깊었고 오래 머물렀다. 깨끗한 맥주와 겸하니 금상첨화였다. 다음 번에는 반드시 깨끗한 몽골 보드카와 겸하리라. 크...

예상밖의 풍부한 점심으로 배가 듬직해졌고, 가냘픈 가격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계산하며 택시를 불러달라 요청하니, 선뜻 여주인인 메리가 데려다준다 한다. 메리는 테를지국립공원 깊숙이 자리잡은 숙소인 게르캠프에 내려주었다. 택시비는 예상 금액의 반값만 달라면서 나갈 때도 연락하라 한다. 다음 날 올레길을 생각하면 그날은 횡재한 날이었다.

(다음에 계속합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