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순천의 원도심은 낙후와 쇠퇴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천여 년 전에는 연향이나 신대지구처럼 신도시로 건설되었고, 오백여 년 전에는 성곽을 석조로 개축하고 옹성을 만드는 등 도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백여 년 전에는 선교사들이 병원, 학교, 교회 등을 지어 근대 도시로 변화했고, 집단 철도 관사가 들어서면서 도시가 넓어졌다. 그리고 A지구, C지구라는 수해복구주택 단지가 간선도로와 함께 조성된 것이 우리가 아는 원도심의 크고 작은 조각들이다.

1988년 정부의 200만호 주택 건설 발표 이후 1989년 순천은 계획 인구 40만에 177만평 규모로 택지 조성을 계획한다. 이에 맞춰 연향지구, 금당지구 등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데, 공급 과잉으로 1992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아파트를 가진 도시’라는 멍에가 씌워지기도 했다. 1976년까지만 해도 전국 35개 도시 가운데 주택 공급이 가장 원만했던 도시였는데, 대학 유치 외에는 인구 유입 이슈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신도시 건설은 원도심을 공동화하기에 충분했다.

대규모 택지개발로 상대적으로 쾌적하고 저렴한 신도심으로 인구가 이동했다. 순천의 도시 정책은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때도 도시 확장 시기처럼 대규모 마스터플랜으로 일관되었으며, 도시 외연을 확장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해 원도심의 기능은 더욱 쇠퇴하였다. 질보다 양을, 공공영역의 확보보다 사적인 영역을 우선하였다. 도시를 부동산 시장화하고, 공간적으로 모든 것을 일시에 부숴버리고 새로 건설하는 방식이었다. 기능적이고 개인 취향 위주의 건축으로 도시의 흔적이나 역사적 징표들은 상실되었다. 도시의 풍경은 획일화되었고 원도심은 퇴락하였다. 도시 정체성을 보여주던 공간은 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원도심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재편하고 있다. 도시의 쇠퇴 양상에 따라 대안이 다르므로, 지역의 장소성과 문화에 주목하고 지역 역사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문화란 공간에 구현된 시민 삶의 역사성이 포함되며, 그 시대 그 지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특수한 산물이다. 따라서 지역민 자신들의 역사가 자기화한 생명력이 있을 때 자신이 공감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순천은 낙후된 도심 활성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문화예술’을 도시마케팅 기법과 도시브랜드 전략으로 추진하여 나름 성과를 이룬 경험이 있다.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으로 자리한 문화도시는 문화를 즐기고 나누는 주체에 의해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문화가 경제를 이끄는’ 도시 만들기이다. 즉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서 부가가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10여 년 전 낙후된 원도심 활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공감하는 지역 문화 시각화’를 위해 지역 역사의 올바른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순천 문화의 거리’ 현장에서 체득한 바 있다. 문화가 학습되고 사회적으로 전승된 행위의 총체라면 우리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것은 문화에 해당된다. 여기에 변화하는 과정으로 시간의 적층이 더해진다면 역사가 될 것이기에 원도심에 대한 소소한 행위라 할지라도 각각의 의미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승완 공학박사
우승완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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